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의 테러 조직은 김선일씨를 납치한 후 참혹하게 살해할 때까지 철저히 한국 내 추가 파병 여론 악화와 이라크 혼란 등 정치적 목적에 따라 움직였다. 한국 정부가 수용하기 힘든 조건인 파병 철회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김씨를 곧바로 살해한 점은 이들이 애초부터 협상 의사가 없었다는 반증으로 볼 수 있다.살해 의도 뚜렷
반기문 외교부 장관은 23일 "김씨를 납치한 단체는 처음부터 살해할 목적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우선 이들이 김씨 납치 비디오를 촬영한 시점은 이라크 언론이 한국군 추가 파병 확정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19일로 알려지고 있다. 김씨가 5월31일에 납치됐다면 20일, 17일이라 하더라도 이틀을 끈 셈이다. 김씨를 구금한 채 가장 큰 정치적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때를 꼼꼼히 재고 있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들은 협상 시한마저 24시간으로 못박았고 추가 협상 시간도 거의 주지 않았다.
한국정부가 21일 추가 파병을 재확인하고 22일 파병 철회를 언급하라는 이들의 협상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김씨가 22일 오후 바로 살해된 것에서 이들이 협상보다는 정치적 목적 달성에 초점을 맞췄음을 알 수 있다.
알 카에다와 연계된 외국인 출신이 대부분인 자르카위 조직은 이번에도 이라크 내 정치 종교 지도자들의 협상 요구를 아예 무시했다.
무엇을 노렸나
자르카위 조직에게 한국군의 추가 파병은 심대한 타격이 될 수 있다. 이들이 미국인이 아닌 외국인을 끔찍한 방법을 동원해 살해한 것도 이 같은 초조감의 반영으로 볼 수 있다.
이라크 내 외국군의 철수와 시아파-수니파-쿠르드족 간의 종파·민족전을 꾀하고 있는 자르카위 조직은 미국 협력 민간인 및 주요 경제시설에 대한 테러 등을 자행했다. 실제로 자르카위가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스페인 마드리드 열차 폭탄 테러로 스페인군이 철군했고, 주둔 연장 철회를 밝히는 외국군도 속출했다.
미군 영국군에 이어 병력규모 3위의 한국군 추가 파병은 이 같은 흐름을 반전시키고, 이라크 안정화와 관련해 이라크인들에게 상당한 심리적 효과를 줄 수 있다.
따라서 자르카위 조직은 한국인을 살해해 한국 내 파병 반대 여론을 일으키고, 한국 정부에 타격을 주는 것은 물론 다른 파병국에도 선전 효과와 국민들의 심리적 공포감을 극대화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납치 비디오에서 한국군 철수와 추가 파병 철회를 요구했지만, 살해 비디오에서는 "이것은 당신들 손으로 저지른 것"이라고 한국 정부를 겨냥하고, "한국군은 저주 받을 미국을 위해 왔다"며 다른 파병국을 경고했다.
CNN방송은 미국의 군사정보 분석가를 인용, "납치 조직은 한국 정부든 미국 정부든 자신들과 협상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이들이 겨냥한 것은 일반 국민"이라고 보도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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