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와 패스트푸드에 익숙한 우리 아이에게 자연을 느끼게 할 방법이 없을까. 이런 고민을 하는 부모들을 위해 환경·시민단체와 각 기관들은 7, 8월 다양한 환경 현장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도시생활에 지친 아이에게 방학 동안 토종 풀꽃 등 살아있는 자연생태를 몸으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체험 프로그램은 미래 세대에게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투자이자 현장 학습의 기회다.
좋은 프로그램을 찾기 위해서는 자신이 살고있는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환경단체의 홈페이지를 뒤져보는 것이 가장 좋다.
어린이들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는 알차고 다양한 활동과 행사들이 의외로 많다. 예를 들어 전남 장흥환경연합(http://jangheung.kfem.or.kr)은 7월10일부터 탐진강 자전거 캠프를 열고 8월에는 수문 갯벌체험을 벌인다. 성남·분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분당환경시민의모임은 맹산반딧불이학교(http://home.freechal.com/BandiRrang)를 운영한다. 환경정의에서 운영하는 '시루떡학교'는 아이들의 식습관을 바꿔줘 부모들의 인기가 높다.
대부분 6월부터 선착순 신청을 받거나 사전 예약을 받고 있기 때문에 서둘러야 한다. 각종 공공기관과 민간 식물원, 수목원, 동물원 등에도 알찬 프로그램이 많다. 서울대공원 어린이대공원 길동자연생태공원은 식물과 곤충, 동물에 관한 다양한 체험 학습 행사를 마련했다. 한택식물원에서는 식물 전문 연구원들과 함께 매월 한차례 식물생태 및 과학을 탐구하는 식물생태교실이 열리고 가을 학기 학생회원도 모집한다.
참가비가 비싸다고 해서 내용이 좋은 것도 아니다. 아이의 취향과 체력을 감안해 야외 캠프를 골라야 한다. 가능하면 부모가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이라면 더 좋다. 부모가 먼저 해당 프로그램의 내용과 의미에 대해 충분히 알고 아이에게 정보를 주고 관심을 유도하면 더 효과적이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왕피천 생태탐방 가보니 "밤하늘 별천지… 딴세상"
여름이 성큼 다가온 6월 둘째주, 도심에서 벗어나 우리나라에서 자연경관이 가장 잘 보존돼있는 울진 왕피천으로 생태탐방을 다녀왔다.
뜨거운 햇볕을 뒤로 하고 강물을 따라 한참을 내려가니 우리를 맞아주는 아주 귀여운 주인이 있었다. 고라니의 발자국이다. 상당히 앙증맞게 생겼다. 발이 아프고, 땀이 나고, 갈증이 나기 시작할 때면 어김 없이 수달 똥과 발자국, 물새 둥지와 왜가리, 그리고 헤엄쳐 가는 꽃뱀까지 차례차례로 나와 우리들의 기운을 북돋아주곤 했다. 하류지역 마을에서 만난 황소 두마리는 이리 쓰다듬고 저리 쓰다듬는 아이들의 갑작스런 손길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가까이서 본 황소는 눈이 참 예뻤다.
깜깜한 밤 바닷가 숙소 인근 방파제에서 바라본 그 많은 별들은 감동 그 자체다.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반짝이는 별자리를 하나하나 찾는 묘미는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왕피천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에서 맨발로 모래밭도 거닐고 물길도 건넜는데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물결이 너무 세 넘어질뻔했지만 스릴만점의 산책이었다.
불영사에서 두더지를 봤다. 너무 귀엽다. 동화책에서 본 것처럼 정말 코가 돼지 코였다. 말랑말랑한 것이 꼭 햄스터 같다. 가져가 기르고 싶다는 충동도 꽤 있었다. 함께 간 이모는 흥분해서 사진 찍느라 바빴다.
금강송 군락에도 갔는데 훤칠하고 쭉 뻗은 키에 붉은 줄기가 어찌나 멋있던지. 금강송 군락에도 두더지가 있었다. 낙엽 속으로 뭔가가 지나다니기에 휘저었더니 잠시 조용해졌다. 아무래도 요것이 죽은 척하나 싶어 손으로 뒤적거리다가 두더지를 만져 봤는데 감촉이 너무 좋았다.
생태탐방에서 발이 고생을 많이 했지만 그래도 별천지도 보고 두더지도 만져봐서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 날아갈 것 만 같다. 다음에 가족여행은 꼭 왕피천으로.
/분당 장안중 2학년 박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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