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영방송이 외국 공영방송에 비해 뉴스의 심층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사실로 확인됐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원장 고진)이 최근 발표한 '한국 영국 일본 공영방송 저녁종합뉴스 비교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단순 보도와, 분석 및 해설이 가미된 심층 뉴스의 비율이 KBS는 8대2, 영국 BBC는 3대7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5월 31일∼6월 11일 KBS 1 '뉴스9', MBC '뉴스데스크', 영국 공영방송 BBC '10 O'clock', 일본 공영방송 NHK의 'News 10'을 전체 보도건수와 보도시간, 기사 주제에 따른 뉴스 진행방식의 차이 등에 따라 다각적으로 비교 분석한 것이다.턱 없이 부족한 심층보도
조사기간 동안 보도한 기사 건수는 KBS가 284건으로 가장 많았고 MBC 267건, NHK 196건이었다. BBC는 148건으로 KBS의 52% 수준에 불과했다. 기사 한 건 당 평균 보도시간은 KBS가 1분 25초로 가장 짧았고 MBC가 1분 31초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BBC는 1분 56초, NHK는 2분 19초였다. KBS, MBC는 많은 기사를 빠르게 전달하는 데 치중한 반면 BBC, NHK는 주요 기사를 선정해 심층 분석하는 보도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영상은 화려하게 인터뷰는 짧게
KBS, MBC 뉴스는 BBC, NHK에 비해 컷 전환과 컴퓨터 그래픽 사용 빈도가 훨씬 높았다. 조사 기간 동안 KBS와 MBC는 각각 2,164건, 2,161건의 영상 컷을 사용했으나 BBC와 NHK가 사용한 영상 컷은 각각 1,147건, 897건에 불과했다. 뉴스 삽입 인터뷰는 KBS가 건당 8.5초, MBC가 9초인 반면 BBC는 13.4초, NHK는 25.3초를 기록했다. 그래픽 사용은 KBS 80건, MBC 77건인데 반해 NHK 46건, BBC 3건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이는 MBC, KBS 뉴스가 시청자 눈길을 끌기 위해 빠른 화면 전환을 즐긴다는 사실을 증명해준다. 보고서는 "빈번한 컷 전환과 컴퓨터 그래픽 사용은 시청자의 주의를 분산시켜 기사 내용에 대한 충실한 이해를 방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행정 보도 치중과 남성 앵커 편중
보도 분야 측면에서 볼 때 KBS, MBC는 정치·행정에 치중했다. KBS는 정치와 행정 뉴스의 비중이 전체의 35.5%, MBC는 32.5%에 달했다. 그러나 BBC는 사회가 27%, 국제문제가 16.9%를 차지해 대조를 보였다.
보도 방식과 관련, 단순 보도는 KBS, NHK의 남·여 앵커 비중이 비슷했고 MBC는 남성 앵커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심층 보도는 KBS, MBC 모두 남성앵커의 비중이 높았다. KBS는 남성 앵커가 심층보도의 62.1%를, 여성앵커가 37.9%를 진행했고 MBC는 각각 79.2%와 20.8%를 담당했다. 반면 NHK는 중요 기사를 남녀 앵커가 공동 보도하고 있으며 BBC는 전문 기자 1명이 앵커를 담당하는 시스템을 취하고 있다.
이번 연구를 맡은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뉴스워치팀 윤호진 책임연구원은 "KBS, MBC 뉴스가 미국의 상업방송 시스템을 쫓아 가고 있다"며 "시청률을 의식하기 보다는 공영방송으로서 저널리즘의 본질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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