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계 위성방송 알 자지라는 22일 오후 9시께 (한국시각 23일 오전 2시) 김선일씨의 마지막 순간이 담긴 비디오 테이프를 독점으로 긴급 방영했다.이라크 무장단체 '알 타우히드 왈 지하드'(유일신과 성전)가 보내온 이 화면 초반부에서 김씨는 오렌지색 옷을 입고 얼굴에도 역시 오렌지색 안대를 한 채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그 뒤에는 각각 오렌지색, 검정색, 회색 복면을 쓴 무장 괴한 5명이 둘러섰다.
이후 왼쪽에서 두 번째에 선 남자가 "당신들은 우리의 경고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이것은 당신들이 자초한 일이다. 당신의 군대는 이라크가 아닌 미국을 위해 이곳에 왔다"며 종이에 적힌 성명을 낭독했다. 뒤쪽 벽에는 김씨가 애타게 구원을 요청하던 첫번째 비디오와 마찬가지로 노란색 보름달이 그려진 '유일신과 성전'의 휘장이 걸려 있었다.
이 때까지도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던 김씨는 긴 칼을 찬 남자를 포함한 3명의 괴한들이 나란히 등 뒤에 서자 어깨를 들썩이고 숨을 가쁘게 내쉬며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계속했다.
알 자지라의 뉴스 진행자는 이 장면에 이어 "방송국에 도착한 테이프에는 남자 중 한 명이 김씨의 목을 베는 장면이 담겨 있었지만 시청자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줄 것 같아 방송을 내보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김씨 오른쪽 뒤에 서 있던 남자가 허리춤에 차고 있던 긴 칼이 이후 장면을 짐작케 할 뿐이다.
이날 비디오 화면은 지난달 미국인 통신기술자 니컬러스 버그의 참수 장면과 매우 흡사하다. 등장한 복면 무장괴한의 숫자가 5명으로 같고 오른쪽에서 두 번째 괴한이 큰 칼을 차고 있는 점도 같다. 배경이 비교적 깨끗한 벽면이라는 점도 유사하고 희생자에게 오렌지색 상의를 입힌 것도 같다. 다만 버그는 눈이 가려지지 않았고 배경 벽면에 보름달 휘장이 걸리지 않았다는 정도만 다르다.
알 자지라는 버그의 참수장면과 지난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있었던 폴 존슨의 참수 모습을 방송하면서도 피살 직전 모습만을 내보냈다. 하지만 당시 이슬람 단체들은 버그와 존슨의 참수 동영상 전체를 각각 이슬람 인터넷 사이트 '문타다 알 안사르' '사우트 알 지하드'에 공개한 바 있어, 김씨 참수 순간을 담은 동영상의 존재와 유포 여부에도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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