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설]농지가 투기장이 될까 겁난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설]농지가 투기장이 될까 겁난다

입력
2004.06.23 00:00
0 0

정부가 농지 소유제한을 사실상 없앨 방침이다. 도시민과 같이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도 농지를 사들여 농업법인 등에 장기간 맡기면 얼마든지 이를 소유할 수 있게 농지법을 바꾸기로 했다. 도시 자본 유입과 농지 거래 활성화 등을 통해 영농을 대규모화하고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고령화, 산업화, 농업시장 개방 등에 따른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문제점이 분명 있다. 우선 헌법에 규정된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에 어긋난다. 또 이 헌법원칙에 기반을 둔 농업 정책의 근간도 바꿔야 하는 등 농지 소유체계 및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전환을 초래하는 것이어서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또한 대규모 영농화가 과연 경쟁력 향상에 직결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일은 농지가 투기 대상이 될 가능성이다. 농지를 구입하여 최소 5년 동안 위탁영농하면 얼마든지 매매가 가능해진다. 즉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 자본이 몰려들 수 있다. 지난해 농지법 개정으로 비농업인의 주말·체험 농장용 농지 취득이 허용되면서 1년 동안 여의도 면적의 5배에 가까운 농지가 도시인에게 팔렸다. 게다가 마땅히 갈 곳을 못 찾은 엄청난 유동 자금이 대기 중이다. 정부는 개발이익 환수 등을 통해 투기를 잡을 수 있다고 하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알 수 없다. 또 농지에 주택이나 공장 등을 지을 수 있도록 하는 용도완화는 지금까지 경험으로 보아 자칫 난 개발을 불러올까 걱정된다.

정부는 그동안 수많은 농업 대책을 내놓고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만족할 만한 성과를 못 내고 있다. 기존 정책을 차분히 실행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그 이후에 농지 소유제한 철폐 문제를 다루어도 늦지 않다고 본다. 농지법개정은 경쟁력 강화라는 본래의 취지는 희석되고 각종 부작용만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좀더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