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농지 소유제한을 사실상 없앨 방침이다. 도시민과 같이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도 농지를 사들여 농업법인 등에 장기간 맡기면 얼마든지 이를 소유할 수 있게 농지법을 바꾸기로 했다. 도시 자본 유입과 농지 거래 활성화 등을 통해 영농을 대규모화하고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고령화, 산업화, 농업시장 개방 등에 따른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문제점이 분명 있다. 우선 헌법에 규정된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에 어긋난다. 또 이 헌법원칙에 기반을 둔 농업 정책의 근간도 바꿔야 하는 등 농지 소유체계 및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전환을 초래하는 것이어서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또한 대규모 영농화가 과연 경쟁력 향상에 직결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일은 농지가 투기 대상이 될 가능성이다. 농지를 구입하여 최소 5년 동안 위탁영농하면 얼마든지 매매가 가능해진다. 즉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 자본이 몰려들 수 있다. 지난해 농지법 개정으로 비농업인의 주말·체험 농장용 농지 취득이 허용되면서 1년 동안 여의도 면적의 5배에 가까운 농지가 도시인에게 팔렸다. 게다가 마땅히 갈 곳을 못 찾은 엄청난 유동 자금이 대기 중이다. 정부는 개발이익 환수 등을 통해 투기를 잡을 수 있다고 하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알 수 없다. 또 농지에 주택이나 공장 등을 지을 수 있도록 하는 용도완화는 지금까지 경험으로 보아 자칫 난 개발을 불러올까 걱정된다.
정부는 그동안 수많은 농업 대책을 내놓고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만족할 만한 성과를 못 내고 있다. 기존 정책을 차분히 실행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그 이후에 농지 소유제한 철폐 문제를 다루어도 늦지 않다고 본다. 농지법개정은 경쟁력 강화라는 본래의 취지는 희석되고 각종 부작용만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좀더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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