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신문에서 서울 강남 50평 남짓한 아파트 시세가 15억∼17억 원인데 최근 3년간 1년에 3억씩 9억원이 상승했기 때문에 그렇게 됐다는 보도를 접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아파트 분양가가 평당 최고 4,000만원까지 치솟았다는 뉴스도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천정부지로 오르는 아파트 가격을 규제하기 위한 조치로 보유세의 공평 과세 문제가 한동안 지면을 장식하더니 최근엔 또 다른 규제수단의 하나인 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 문제로 정치권이 소용돌이에 말려 든 느낌이다.
분양 원가 공개가 시장경제 원리에 어긋나는 것인지 여부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잣대를 가지고 검증해 보면 쉽게 결론이 날 수 있는데, 그에 대한 반론 주장들이 필자의 눈에는 불가사의로 비칠 뿐이다.
첫째, 아파트의 공공재 여부 논란이다. 인간 생활의 3대 요소가 의식주라는 것은 삼척동자라도 아는 상식이다. 여기서 입는 옷을 뺀 나머지 두 요소, 즉 먹는 것과 사는 곳은 전형적인 공공재 성격을 띤다. 추곡 수매가를 설정한다든지, 식품의 안전이나 매점매석을 각별히 단속하는 것은 공공재의 성격상 시장원리에만 맡겨 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파트 역시 공공재이기 때문에 1순위, 2순위 등 순위분양제를 두고 있다. 공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입주자를 모집하는 것은 시장원리를 따르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공산품에 흔히 쓰는 판매라는 말 대신 분양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도 달리 취급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둘째, 우리 국민경제 수준에서 아파트 가격이 적정한지 여부이다. 도시 지역 근로자 월 평균 소득이 300만 원이 채 안 되는 현실에서 전용면적 40평 남짓한 문제의 17억 원짜리 아파트에 거주하려면 50년 동안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가능하다. 기막힌 이야기이다. 세계은행(IBRD) 발표에 의하면 한국의 경제규모는 세계 11위, 1인당 국민소득으로는 세계 49위이다. 그런데 2001년을 기준으로 서울의 주택 가격은 도쿄와 뉴욕을 누르고 세계에서 제일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에 문외한이라도 1인당 국민소득이 세계 49위라면 집값도 그 순위에 걸맞게 낮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백보를 양보해서 국가 경제력 11위로 볼 때도 집값은 더욱 낮아져야 한다.
셋째, 아파트 분양가의 폭리성 여부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2월 서울시도시개발공사가 상암지구 40평형 아파트 한 채당 물경 1억8,960만 원의 폭리를 취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즉, 공공 아파트의 분양수익률이 40%에 이른 것이다. 20 여 년간 중견 아파트 건설업체를 경영하다 17대 국회의원이 된 모 야당 의원이 그 동안 폭리를 취해 왔음을 시인하면서 공공부문뿐만 아니라 민간부문 아파트도 원가공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이다.
건설업자들의 담합행위도 문제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용인 동백지구 아파트 건설업체들에게 분양가 담합 혐의로 25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런 실정인데도 정부가 '시장원리'를 내세워 분양 원가 공개를 미루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끝으로, 아파트 분양 원가를 공개하면 건설 경기가 위축되어 아파트의 수급 불균형이 일어나 역효과를 가져온다는 주장이다. 이것도 반대를 위한 명분으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분양가를 철저히 규제(분양가 상한제)하였던 과거 노태우 정부 시절 주택 200만호 건설계획에 건설사들이 남는 것도 별로 없다면서도 적극 참여, 한 때 자재 품귀 현상까지 일어난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기업은 단순히 이익이 적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업을 포기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원가연동제라는 애매한 대안보다는 차제에 집값을 확실히 다잡을 수 있는 분양 원가 공개를 당국에 촉구한다.
/김경수 명지대 교육학습개발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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