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아프가니스탄에서 초등학교에서 고교 과정까지인 1∼12학년까지 입학생 예상인원은 최대 100만 명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웬걸요. 300만명이 공부하겠다고 찾아왔습니다."20여년이 넘는 내전과 이슬람 근본주의를 앞세우는 탈레반 정권의 독재에서 벗어난 아프간의 모하메드 아크바르 포팔(56) 카불대 총장이 국제교류재단 초청으로 21일 방한했다. 1932년 설립된 카불대는 아프간에서 유일한 종합대학이자, 고등교육을 대표하는 학교. 그곳 총장의 방한은 처음이다.
카불대를 졸업하고 미국 네브래스카대에서 식물의약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은 포팔 총장은 79년 카불대 농대 교수로 강단에 선 뒤, 농대 학장을 거쳐 탈레반 정권 장악 무렵인 96년부터 지금까지 총장을 맡고 있다. 최근에는 아프간대학총장협의회장에도 선출됐다. "탈레반이 집권한 것은 가을 학기에 들어가는 1996년 10월이었습니다. 2001년 미군의 공격으로 탈레반 정권이 무너짐으로써 5년 만에 그 가을 학기가 다시 시작됐습니다. 그런 암흑기간에 카불대의 장서와 연구장비 대부분이 파괴됐고, 유능한 교수들이 학교를 떠났습니다."
포팔 총장은 적으나마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카불대를 비롯한 각 대학, 나아가 아프간 전체가 과거의 고통스런 기억에서 벗어나고 있으며 특히 교육의 열기가 뜨겁다고 전했다. "부모의 손을 잡고 찾아오는 예닐곱 살 아이들을 수용할 공간이 모자라 해당학교들이 텐트를 짓고 등록을 받아야 할 정도입니다."
카불대는 생계를 위해 낮에 일해야 하는 젊은이들을 위해 오후 4시부터 수업하는 야간대학 과정을 개설했고, 480명이 등록했다고 한다.
포팔 총장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 등을 통한 한국정부의 지원이나 한민족복지재단 등 민간단체의 도움이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 며 "이번 방한 기간에 카불대와 교수·학생교류 등에 관해 협력할 한국의 대학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아프간의 정치상황은 아직도 불안하다. 당초 이 달 중 치르기로 했던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총선거가 9월로 미뤄졌다가 최근 다시 연기될 조짐이다. 유엔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절대빈곤 상태며, 아프간 전역이 다시 테러의 온상이 될 위험이 적지 않다. /글·사진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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