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가 지난주 입법예고한 한국투자공사(KIC) 설립방안을 놓고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재경부와 파열음 노출을 우려, 공식적 입장표명을 자제하고 있지만 법안 내용에 찬성키 어렵다는 입장이며, 학계에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KIC는 동북아 금융허브 구축구상에 따라 내년초 설립될 기구로 일부 외환보유액과 기타 공적 자산들을 위탁기관에 맡겨 고효율·고수익으로 운영한다는 것이다. 재경부는 출범초 외국환평형기금(정부소유) 30억달러, 순 외환보유액(한은소유) 170억달러 등 200억달러를 외환보유액에서 넘겨 받아 운용하고 추후 공적연금등에서 추가로 자금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쟁점
KIC를 둘러싼 최대쟁점은 외환보유액에서 떼어갈 200억 달러의 구성과 이관방식이다. 한은측은 KIC가 굳이 외환보유액을 써야겠다면 정부 소유인 외평기금에서 갖고 가라는 입장이다. 외평기금으로 조성된 외환보유액은 소유주체가 정부인 만큼 간여할 바가 아니지만, 나머지 외환보유액은 한은 발권비용으로 조성된 것인 만큼 불확실성이 높은 KIC에 넘기기 곤란하다는 것이다.
한은은 아울러 외환보유액을 KIC에 넘기더라도 '한은 위탁'임을 명확히 하고, 투자대상도 규제함으로써 위기시 실질적 외환보유액으로 즉각 재편입될 수 있도록 하자는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KIC모델인 싱가포르투자청(GIC)의 경우 외환보유액에서 나온 자금은 투자대상을 유동자산으로 제한하고 있다"며 "국내 고층빌딩 등을 집중매입하고 있는 GIC 자금은 외환보유액 아닌 다른 투자자금"이라고 말했다.
KIC의 재경부 산하기구화에 대한 우려도 높다. 재경부는 KIC를 민간위주로 구성·운영한다는 방침이나,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김우찬 교수는 "KIC의 실질적 독립성을 위해선 사장 감사 임원에 대한 재경부장관의 추천·임명권도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태생적 갈등구조
KIC를 둘러싼 갈등은 단지 재경부-한은의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외환정책주체는 재경부, 외환보유액 소유주체는 한은'이란 이중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다. 현재 1,660억 달러의 외환보유액중 약 300억 달러는 외평기금으로 사들인 것이며 나머지는 한은이 발권력으로 매입한 것이다. 굳이 소유권을 따지자면 300억 달러만 정부소유이며, 나머지는 한은 몫인 것이다.
법상 외환정책 최종책임은 재경부 소관이고, 한은은 재경부가 무엇을 하든 반대할 권한이 없다. 그런데도 한은이 KIC설립·운영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바로 KIC 재원이 '한은 돈'이기 때문이다.
재경부 시각에선 외환정책에 관한 한 한은은 권한이 없는 기구지만, 한은은 자체비용으로 조성한 외환보유액을 한은 동의 없이 정부 맘대로 사용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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