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3일부터 열리는 제28회 아테네 올림픽은 과거와 미래가 엇갈리는 가장 독특한 올림픽이 될 것 같다. 고대 올림픽의 발상지에서 열리는 올림픽이지만, 대회 운영만큼은 사상 최초로 무선방식을 도입, 최첨단을 달리기 때문이다. 12일(한국시간) 오후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 조직위원회 내 삼성전자 사무실. 올림픽 마케팅 담당 최재환 부장의 스마트 폰이 '삐'하고 울렸다. 스마트폰 창에 뜬 메시지는 '남자 100m 결승. 우승자 A. 기록 9초81'. 아테네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도입되는 무선통신 서비스 'WOW'의 시험운영 현장이다. 최 부장은 "올림픽 개막전까지 매일 수 차례 테스트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무선단말기 및 데이터 기술을 융합해 자체 개발한 'WOW(Wireless Olympic Works)'는 휴대폰 한대로 경기결과나 메달집계 등 대회 정보를 검색하는 것은 물론, 운영 요원들끼리 서로 연락도 할 수 있는 무선 통신서비스. 삼성전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을 비롯한 귀빈과 운영요원, 기자들이 WOW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애니콜 휴대폰 1만4,000여대를 조직위를 통해 배포할 예정이다. 올림픽 사상 초유의 시도인 만큼 도입이 쉽지는 않았다. 특히 보수적인 성향의 올림픽 조직위를 설득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부터 올림픽 마케팅 담당자로 일해온 베테랑 최 부장이 2년 전부터 조직위에 합류, 매일같이 회의를 해야 했다.
지난해 10월 서비스 개발을 완료한 후에는 삼성전자 직원들이 대거 참여해 매일 시험운영을 하고 있다. 최 부장은 "아테네 올림픽은 WOW를 통해 대회 관계자가 언제, 어디서나 올림픽에 참여할 수 있고 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상 최초의 무선 올림픽이 될 것"이라며 "그 동안 후원 위주로 이뤄지던 삼성의 올림픽 마케팅에도 새로운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실 삼성의 브랜드 가치 급상승에는 올림픽 마케팅이 큰 기여를 했다. 98년 나가노 올림픽에 참여할 당시 32억 달러에 불과하던 브랜드 가치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과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을 거치며 지난해 108억 달러(세계 25위)로 무려 3배 이상 치솟았다.
삼성은 아테네 올림픽에서도 무선통신부문 공식파트너로 참여해 WOW 서비스 실시는 물론, 320여평 규모의 홍보관을 운영하며 200여종의 최신 휴대전화를 전시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친다. 김준식 구조조정본부 상무는 "이번 올림픽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 증진 차원을 넘어 브랜드 호감도를 높이고 삼성이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테네=박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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