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춘천에 가면 신동이란 마을이 있다. 이 마을의 옛 이름은 옻미마을이다. 옻나무가 많아 얻은 이름인데, 발음의 편의상 흔히 올미마을이라고 불린다.이 마을 앞에 자리 잡고 있는 소나무숲은 마을 앞을 띠 모양으로 길게 두르고 있다. 멀리서 보면 마치 연병장에 도열한 장병들의 모습 같다. 옻미마을은 이 솔숲에 가려져 유심히 살피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정도이다. 이렇게 마을 앞에 드리운 소나무숲의 면적은 약 2ha인데 숲의 폭은 좁게는 20m, 넓게는 40m에 이른다. 숲의 높이는 마을 바깥쪽으로는 낮고 숲 가운데로 갈수록 높아져 마을안쪽까지 유지되고 있다. 숲 소나무의 높이는 20m에 달하고 나무 굵기도 50cm가 넘는 것이 대부분인데, 나이는 100년을 훌쩍 넘었다.
옻미마을 주민들은 마을을 지켜주는 이 소나무 숲을 심금솔숲이라고 부른다. 심금은 “심다”, 솔은 “소나무”라는 뜻으로,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옻미마을 심금솔숲은 사람들이 소나무를 직접 심어서 만든 숲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주민들은 왜 소나무를, 왜 마을 앞에 심었을까? 약 120년 전 마을앞 들판에서 아무 걸림 없이 들이치는 강풍을 막아내기 위해 사계절 푸른 소나무를 이곳에 심었다는게 정설이다. 실제로 이 숲은 강과 들판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 마을을 보호하는 방풍림역할을 해왔고, 주민들도 정성을 다해 숲을 가꾸고 보호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때 송진 채취로 소나무가 피해를 입고 해방 직후엔 소나무를 벌채해 도공들에게 파는 일도 흔했다. 또 인근 신동초등학교를 지을 때도 소나무를 잘라 자재로 써 심금 솔숲은 이래저래 수난을 겪었다. 숲이 수난을 겪기 전에는 겨울철 찬바람이 불 때에도 마을 안에 들어오면 포근함이 있어 이 마을에 살다가 다른 마을로 이사 간 사람들은 옻미마을이 훨씬 따듯하다고 했을 정도라고 하니 심금솔숲의 바람막이 기능이 얼마나 대단했단 말인가!
그러나 지금 심금솔숲 안에는 많은 음식점과 상점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어 심금솔숲에 대한 옛 정취를 아는 이들을 아쉽게 한다. 특히, 주차장을 아름드리 커다란 소나무사이에 만들어 놓아 귀한 소나무들이 외형적으로, 생리적으로 피해를 받고 있으며 일부는 잘려나간 흔적이 있기까지 하여 가슴이 철렁하다. 이 뿐만 아니다. 원래 소나무가 자라던 곳에 어울리지 않는 벚나무, 목련 등을 심었다. 더군다나 솔숲에 잣나무를 심은 것은 어리둥절할 정도이다.
그렇지만 사유지를 제외한 산림은 마을 공동 소유로, 마을 주민으로 구성된 ‘재송계’가 심금솔숲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재송계는 심금솔숲을 다시 복원하고 확대하기 위하여 숲이 끝나는 부분에 소나무를 조림하여 관리하고 있어 마을사람들의 마을숲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다.
/배상원·국립산림과학원 박사 bae1144@fo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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