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자지라 방송 화면에 나온 김선일(34)씨의 모습은 허름한 회색 남방 차림에 매우 초췌한 표정이어서 납치된 지 적지않은 시간이 흘렀음을 시사했다. 이 테이프에는 김씨가 혼자 선 채 영어로 한국군 파병을 철수할 것을 호소하는 장면과 복면의 무장범인 3명 앞에 앉아 있는 모습 등 두 장면이 담겨 있었다.김씨 뒤 벽면에는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의 무장조직임을 알리는 직사각형의 검은 천에 노란색 보름달 모양의 둥근 원 모양과 '유일신과 성전'이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김씨는 말하는 동안 몸을 흔들고 양팔을 크게 휘젓는 등 극도로 불안한 심리상태를 보였다.
이어 검은 복면을 한 무장괴한 3명이 등장했다. 이들 중 2명은 소총을 들고 있었고 가운데 인질범은 김씨를 앞에 앉힌 채 미리 준비한 성명서를 읽어 내려갔다. AP통신 등은 성명을 읽은 범인의 목소리가 팔루자 억양인 것으로 미뤄 이들이 팔루자 지역 출신이거나 팔루자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세력일 것으로 판단했다. 팔루자 지역은 수니파 저항세력의 근거지로 이번 납치의 배후로 알려진 테러리스트 알 자르카위가 미군을 상대로 한 테러를 주도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테이프가 아랍어 위성방송 알 자지라 TV의 바그다드 지국 사무소에 배달된 것은 방영 하루 전인 19일께로 알려지고 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김선일씨의 영문 호소
"Please, I don't want to die. I want to live."
(제발 나는 죽고 싶지 않다. 나는 살고 싶다.)
"Your life is important, my life is also important."
(당신의 목숨이 중요하다면 내 목숨도 중요하다.)
"Korean soldier, please get out of here,
here, here."
(한국군은 여기서 제발 나가 달라.)
●무장단체 성명
우리는 한국 정부와 한국민들에게 밝힌다. 우리는 우리 땅에 주둔해 있는 한국 군대의 철수와 한국군을 우리 땅으로 더 이상 보내지 말 것을 요구한다. 만일 우리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이 한국인 포로의 머리를 당신들에게 보낼 것이고, 당신 나라 다른 군인들의 머리도 뒤를 따를 것이다. 오늘 밤(현지시각 20일 밤)으로부터 24시간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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