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1일 권진호 국가안보보좌관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이라크 파병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국회의원들이 파병반대 목소리를 높이며 파병대세론을 뒤집는 쪽으로 여론도 악화하고 있어 파병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정부는 미국이나 국제사회를 향해 이라크 파병을 약속한 데다 테러세력의 협박 앞에서 물러설 수 없다는 이유로 신속하게 파병불변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테러리스트들에게 굴복할 수야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정부는 이라크 추가파병의 발표시점에 맞춰 한국인을 납치했다는 점을 중시하며 테러집단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보는 여론의 시각은 심상치 않다. 당장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이라크 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이 이날 청와대 앞에서 '인질석방, 파병반대'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23일부터는 국회 앞 농성, 30일에는 광화문 촛불집회를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열린우리당 일부에서 추진되던 추가파병 중단 및 재검토 결의안의 제출 움직임도 속도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피랍자가 희생되기라도 하면 반대여론은 급격히 거세져 파병반대론이 대세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파병일정 등의 조정은 물론 파병원칙까지 재고될 수 있다.
정부의 이라크 추가파병 계획에 따르면 8월초까지 선발대 900여명이 떠나고 본대 1,100명은 8월말께 아르빌 공항 인근 라쉬킨으로 파병되며 나머지 1개 민사여단(1,000여명)은 10월까지 현지에 도착한다. 그러나 파병계획 발표당시 정부 관계자는 "후발대 1,000명은 실제 파병이 이뤄질지 알 수 없다"며 파병규모 축소를 시사한 바 있다. 이번 사건으로 선발대와 본대의 파병일정 연기나 파병규모 축소 등의 주장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치안불안을 이유로 후발 민사부대의 전투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라크 파병부대의 기본임무는 대민지원이지만 정부는 저항세력의 테러위협 등을 고려해 특전사와 해병대, 특공여단 등 전투부대를 절반 이상 포함시켰었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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