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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명기자의 고!/그들은 갔지만…보내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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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명기자의 고!/그들은 갔지만…보내진 않았다

입력
2004.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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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민식을 인터뷰하러 강원 삼척시 도계읍까지 출장을 간 11일. 기자 20여 명을 태운 버스 안에서 올해 2월 개봉한 영화 ‘목포는 항구다’가 DVD로 상영됐다. 개봉 당시 봤던 터라 심드렁하게 보고 있는데 유난히 배우 김일우가 눈에 띄었다. 조폭에 잠입한 형사 조재현의 직속상관으로 나온 그는 촬영 당시 위암 판정을 받아 머리카락이 거의 다 빠져있었다. 그런데도 코믹 조폭영화 출연자답게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모습에 눈이 아렸다.이틀 후인 13일 그가 별세했다. 향년 52세. ‘목포는 항구다’ 시사회가 열린 서울극장에서 힘없이 계단을 내려가던 고인의 뒷모습이 눈에 선했다. 젊은 주인공 차인표와 송선미, 김지훈 감독이 기자들에 둘러싸여 인터뷰를 하는 동안, 나이든 조연에 불과한 그는 그렇게 쓸쓸히 시사회장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가 항암 치료를 받아가며 힘들게 촬영한 ‘신부수업’(8월 개봉)은 유작이 됐다.

최근 과거 안방극장의 사랑을 받았던 TV드라마 ‘수사반장’이 DVD로 출시됐다. 4장의 DVD에 13편의 방송분을 실었다. 1971년부터 18년간 장수한 이 수사극의 주인공은 최불암 조경환 김상순, 그리고 지금은 고인이 된 남성훈씨. 주연 형사들 중에서 가장 큰 키와 서구적인 마스크로 ‘7080 세대’의 시선을 잡아 끌었던 고인은 2002년 다발성 신경계 위축증으로 56세의 길지 않은 삶을 마감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옛 영화나 드라마를 볼 수 있는 요즘이기에 더욱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게 거기 출연했던 이들의 죽음이다. 배우 김일우가 ‘목포는 항구다’에서 후배 형사들과 티격태격하던 게 바로 엊그제인데, 탤런트 남성훈이 ‘수사반장’에서 귀에 익은 주제곡을 배경으로 범죄현장을 누빈 게 바로 엊그제 같은데, 그들은 어느날 갑자기 가고 없다. 어디 이들뿐이랴. 최무룡 독고성 김진규 이주일 김순철 문오장 이진수 손창호 이미경…. 그들은 갔지만 영화는 영원히 남는 것. 우리는 결코 그들을 보내지 않았다.

늦게나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김관명 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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