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하반기부터 도시민 등 비(非)농업인도 사실상 농민과 똑같이 농지를 무제한 소유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비농업인이 실제로 영농에 나설 때까지는 소유농지의 운영을 신설될 농지관리기구인 '농지은행'에 맡겨야 하는 등 농지 이용측면에서는 규제를 받게 된다.농림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농지법 개정안을 마련, 현재 관계 부처와 의견조율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21일 밝혔다. 개정안은 이르면 내 달 초 입법 예고돼 하반기중 국회에 제출되며 내년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비농업인이 영농 계획서를 제출하고 농지 취득자격증명을 받아 농지를 구입한 뒤 농사를 짓지않더라도 이를 농지은행에 맡기면 현행과는 달리 농지를 계속 소유할 수 있게 된다. 맡겨진 농지는 전업농이나 농업법인에게 임대돼 농지로 계속 이용되며 비농업인은 계약(기간 5∼10년)을 통해 직접 농사를 짓지않더라도 농지를 장기간 소유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해당 농지가 전업농이 원하지 않을 정도로 비우량 농지이면 농지은행이 위탁을 거부하게 되며 이 경우 비농업인은 현행처럼 곧바로 영농에 나서거나 농지를 처분해야만 한다.
현행 농지법에 따르면 비농업인은 주말·체험 농장용으로 0.1ha(약 300평) 미만까지 농지를 소유할 수 있고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받아 농지를 구입한 경우는 바로 농사를 지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매년 한차례씩 실시되는 지자체의 영농이행 실태조사에 걸려 강제처분 명령을 받게 된다.
한편 이번 농지법 개정으로 비농업인의 농지 구입이 사실상 완전 허용됨에 따라 시중의 부동산 투기자금이 유입돼 '농지투기'를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소 5년동안 농지를 보유, 위탁영농을 할 경우 매매가 자유로워 농촌지역의 지가 상승이나 개발에 따른 이익을 노린 투기가 예상된다.
실제로 지난해 초 농지법 개정으로 비농업인의 주말·체험농장용 농지 취득이 허용되면서 한해동안 여의도 면적(850 ha)의 5배에 가까운 4,100ha의 농지가 도시민에게 팔렸다. 더구나 2001년 1만209 ha, 2002년 1만3,275 ha, 2003년 1만2,996 ha 등 매년 1만ha이상의 농지가 주택, 공업시설 등으로 전용돼 투기 수요를 부추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부는 농지에 대한 투기를 막기 위해 비농업인이 영농 목적으로 구입한 농지를 다른 목적으로 전용할 경우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부담금을 물리는 전용부담금제를 도입하고, 농지 개발때 각종 세금을 부과해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등 투기 방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박희정기자 h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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