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1일 새벽 김선일(34)씨 피랍 보도를 접한 뒤 비상체제로 전환해 온종일 긴박하게 움직였다. 정부는 특히 김씨의 신변 안전과 조기 석방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전개하는 한편 이라크 추가파병 원칙을 재확인하는 등 파병과 김씨 석방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정부 내의 긴장감은 이날 밤이 되면서 최고조에 달했다. 김씨를 납치한 이라크 무장단체가 파병 철회 시한으로 못박은 24시간이 다가옴에 따라 정부 일각에서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마저 감지됐다. 수차례 브리핑실을 찾은 외교부 신봉길 공보관은 "구체적 얘기는 할 수 없지만 정부는 다각도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도 "상황이 급박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긴박한 움직임은 이날 새벽부터 이어졌다. 새벽 4시40분께 정문수 주카타르 대사로부터 피랍사실을 보고 받은 외교부는 최영진 차관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상황 파악에 들어갔다. 이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오전 8시), 주한 중동국 12개국 대사 초청 협조 요청(오전 11시), 대 테러대책회의(오후 4시), 장재룡 본부대사 등 현지 대책반 급파(오후 4시50분), NSC·외교부 연석회의(오후 10시) 등 2∼3시간 단위로 긴급회의가 이어졌다.
아시아협력대화(ACD) 외교장관회의 참석차 중국을 방문중인 반기문 외교장관도 파월 미 국무장관과의 전화통화에 이어 중·일 외상과의 연쇄회동, 카타르·이란 등 중동국과의 외교 채널 가동 등 관련국과의 협조체계 구축에 힘썼다.
정부는 특히 아랍권과의 직접 교섭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주이라크 대사관은 CPA(미군 임시행정처), MFNC(다국적군사령부), 이라크 외교부 등과의 협조는 물론 이슬람 성직자협회와의 직접 교섭에 착수했고, 정문수 주카타르 대사도 이날 오후 6시(현지시각 낮 12시) 알 자지라 방송에 직접 출연해 김씨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하기도 했다.
오전 6시 이종석 NSC 사무차장으로부터 첫 보고를 받은 노무현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김씨의 구출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을 다하라"고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노 대통령은 또 당초 예정됐던 민주당 의원과의 만찬을 취소한 채 수시로 현지 상황을 챙겼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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