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코엑스에서 개막하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에 이헌재 부총리, 김병일 기획예산처장관, 이창동 문화관광부장관 등이 방문해 미술품을 구입할 예정이란다. 이전에도 화랑계의 중요 행사가 있으면 문화부 장, 차관이 참석해 작품을 사기도 했지만 개인적인 필요나 인사치레에 그치곤 했다. 물론 이번에도 공식적인 것은 아닌 것 같다. 구입 예정 작품 금액도 부처당 500만 원 규모로 호들갑을 떨 만큼 크지도 않다. 그래도 이게 어딘가. 문광부장관이야 그럴 수 있다지만 재경부, 기획예산처장관이 미술계 행사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금액의 크고 작음을 떠나서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순수예술은 항상 경제논리에 밀려 찬밥 신세였다. 그나마 문화산업에 대한 지원은 과거보다 훨씬 좋아졌지만 아직도 문학, 미술 등 순수예술 분야의 지원은 요원해 보인다. 오죽했으면 기초예술을 살리자고 아우성들일까. 특히 미술은 게임, 애니메이션, 캐릭터, 영화 등 경쟁력 있는 문화산업의 기반이 되는 시각예술의 기초라고 할 수 있다. 다행히 문화부가 새예술정책을 입안하면서 다양한 미술진흥책을 마련했다. 만약 실현된다면 미술계의 획기적 변화와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정책들이 상당수다. 하지만 과거의 경우를 보면 번듯한 정책도 예산 책정 과정에서 항상 후순위로 밀리거나 경제 관련 부처의 입김에 휘둘려 변질되는 등 제대로 시행조차 된 적이 없다.
이 와중에 경제부총리가 아트페어를 참관하고 작품까지 구입한다니, 귀가 솔깃해진다. 그렇지만 혹시라도 일회성 이벤트, 인기몰이식 방문이라면 아예 오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어차피 어려운 미술시장. 그 정도 생색은 오히려 사양이다. 실컷 미술 진흥한다고 분위기만 띄워놓고 돌아서서는 지원은 고사하고 미술품을 사치품으로 분류해 규제했던 게 우리 미술정책이어서, 매번 기대와 실망을 되풀이 하는 것도 지쳤다. 또 헛물 켜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윤태건 카이스갤러리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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