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김선일씨의 납치소식이 전해지자 파병에 악재가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면서 이번 사건에 대한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반응에 신경을 곤두세웠다.국방부에 피랍소식이 전해진 것은 이날 새벽. 긴급소집된 국방부와 군 고위관계자들은 즉시 비상대책회의를 시작했다. 이들은 일단 김씨의 소재지와 납치조직의 정체 파악을 위해 군 정보망을 총가동키로 했다. 회의가 끝나자마자 합동참모본부는 이라크 다국적군사령부(MNF-I)에 파견된 연락장교를 통해 정보수집에 나섰다. 또 군은 김씨 처형, 납치 장기화, 조기 석방 등 시나리오별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서희(공병)·제마(의료)부대에 경계강화를 지시했다.
응급조치를 끝낸 국방부는 뉴스를 주시하며 여론 동향에 주목했다. 이번 사건이 우리나라가 파병계획을 확정한 시점에 발생, 파병반대론이 고개를 들 소지가 컸기 때문이다. 상황을 어느 정도 파악한 국방부는 입장 발표 준비에 들어갔다.
"테러에 굴복할 수 없다"는 원칙은 정리했으나 발표 수위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수위가 높으면 자칫 테러세력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결국 국방부는 최영진 외교부 차관의 공식발표를 인용하면서 파병계획을 재확인하는 수준으로 입장을 정리해 발표했다.
군 관계자는 "현재 이라크 주재 한국대사관 시설과 외교관 보호를 위해 서희·제마부대 경계병력 중 1개 분대 규모가 파견돼 있다"며 "민간인 납치를 막기 위해 군 병력을 지원할지 여부를 이 시점에서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군 당국은 같은 맥락에서 이날 오후 예정돼 있던 자이툰부대 병력·물자 수송작전 시범과 부대장 인터뷰도 전격 취소했다.
전날 내린 우천으로 행사를 연기했다는 게 공식 설명이었으나 사실은 김씨 납치사건에 따라 이날 새벽 전격적으로 행사 취소가 결정됐다는 후문이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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