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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대단한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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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대단한 유혹'

입력
2004.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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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유혹’은 가난한 어촌 주민들이 공장 유치를 위해 선의의 거짓말을 하며 웃고 울리는 코미디물이다.캐나다 장 프랑소와 풀리오 감독의 ‘대단한 유혹(Seducing Dr. Lewis)’은 여인들의 교성으로 시작해서 교성으로 끝난다. 에로틱하다는 것이 아니다. 이들의 교성이 삶의 다양한 의미를 함축한 신호이기 때문이다.

캐나다 퀘벡주의 작은 섬 생 마리아에는 연금으로 생활하는 주민 120명이 살고 있다. 어촌인 이곳은 한때 만선 후 귀가한 어부들이 밤이면 아내와 잠자리를 같이 하며 집집마다 요란한 환희의 소리를 울리던 곳이었다. 이들에게 고기잡이는 돈벌이를 떠나서 가장이자 남자로서의 자존심이었다.

그러나 정부 정책에 따라 고기 잡이를 못하고 그 대신 연금을 받았지만 이는 남자들의 기를 꺾어놓았다. 마을에는 더 이상 잠자리가 없고 교성도 들리지 않는다.

주민들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플라스틱 공장 유치에 나선다. 정부 규정상 공장이 들어서려면 반드시 의사가 있어야 하지만 아쉽게도 마을에는 의사가 없다. 주민들은 광고 전단지를 돌리며 의사 찾기에 나선다.

하지만 어느 의사가 이런 촌구석을 찾아올까. 이때 도시에서 돈 잘 버는 성형외과 의사 크리스토퍼(다비드 부탱)가 걸려든다. 마약 소지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된 그는 도피차 생 마리아 섬을 찾는다. 주민들은 그의 환심을 사기 위한 갖가지 유혹을 펼친다. 크리켓을 본 적이 없으면서도, 의사가 좋아한다는 이유로 엉터리 크리켓 경기를 하고, 물 속에 숨어 있다가 의사의 낚시 바늘에 냉동 생선을 걸어 놓는다.

과연 이 같은 거짓 유혹에 속아 의사가 눌러 앉을까. 그리하여 마을에 공장이 들어서고 남자들은 다시 일터로 나설 수 있을까. 이 같은 궁금증을 가지고 작품을 보면 관객들은 자신도 모르게 밤마다 사랑의 소리가 다시 들리기를 기다리게 된다. 결국 교성은 만선 후 울리는 기적처럼 주민의 자존심과 삶의 보람이 녹아있는 신호였다.

주민들의 유혹은 다소 유치해 보이지만 그 의도가 너무도 순수하고 절실하기 때문에 웃음과 따뜻한 감동을 전해준다. 불경기로 청년 실업과 조기 퇴직이 늘고 있는 우리 사회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래서인가, 주민 120명의 집단 거짓말 속에서 동병상련의 측은함이 묻어 나온다. 감독이 영국의 실업자 얘기를 다룬 ‘풀 몬티’를 보고 이 작품을 구상했다는 후문이다.

사회 구조적 문제를 주민들의 소박한 유희와 정서에 기대서 풀어보려는 한계가 있지만 희망을 바라고 노력하는 가슴 뭉클한 진심이 그 모든 것을 덮는다. 애틀랜틱영화제(2003년), 선댄스 영화제(2004년)에서 관객상을 받았다. 25일 개봉. 전체 관람가.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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