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중근(24·신시내티 레즈)이 미국의 '아버지의 날(Father's Day)'에 최고의 피칭을 선보이며 암투병 중인 아버지에게 선발 첫 승의 값진 선물을 선사했다.21일(한국시각) 미국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원정경기 5―0으로 앞서던 6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켄 그리피 주니어가 자신의 통산 500호 홈런을 쏘아올리고 홈플레이트를 밟은 뒤 곧장 3루측 스탠드로 달려가 아버지 켄 그리피 시니어와 감격적인 포옹을 나누는 장면을 바라보던 봉중근의 눈가도 물기로 젖어 있었다. 이역만리 땅에 내던져진 외아들의 새벽 승전보를 기다리느라 밤을 꼬박 새웠을 아버지 봉동식씨(63)의 병마에 지친 얼굴이 가슴을 파고 들었기 때문.
'대장암 수술 후유증으로 그저께 또 다시 큰 수술을 받으셨다는데.' 그래서 이날 봉중근은 실밥을 움켜쥘 때마다 이를 더 꼭 깨물었다.
봉중근은 이날 6이닝 동안 삼진 5개를 솎아내며 단 3개의 안타와 볼넷 3개 만을 허용한 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팀의 6―0 완승을 이끌었다. 빅리그 3년차로 2002년 애틀랜타 시절 커트 실링(당시 애리조나)과 선발 맞대결을 벌여 패한 것을 포함, 4번째 도전 끝에 건져올린 선발 첫 승의 꿀맛이다. 이로써 봉중근은 시즌 1승1패(통산 7승4패)를 기록했고 방어율도 7.71에서 4.70으로 끌어내렸다.
16일 텍사스 레인저스전에서 승리를 눈앞에 두고 홈런 2방에 분루를 삼켰던 봉중근은 이날 '큰 것' 한방을 피해 타자의 무릎 근처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제구력과 타자의 허를 찌르는 두뇌피칭이 위력을 발휘하면서 막강 카디널스 타선을 무력화시켰다.
위기는 두 번. 3회 마이크 매서니에게 내야 안타에 이은 희생 번트와 유격수 땅볼로 만든 주자를 3루까지 보내기는 했지만 후속타자를 유격수 플라이로 돌려세운 봉중근은 4회말 우중간 2루타와 볼넷으로 맞이한 2사 1,2루에서도 후속타자를 침착하게 1루수 땅볼로 잡아 실점을 모면했다.
이날 봉중근의 선발승은 연패와 좌완기근에 허덕이던 팀에도 단비 같은 희소식이었다. 이날 승리로 최근 원정 9연패의 사슬을 끊은 신시내티는 지난해 8월30일 이후 9개월 22일 만에 좌완 투수의 선발 승전보를 타전했다.
소문난 효자인 봉중근은 경기가 끝난 뒤 "아버지가 조금이라도 좋아질 수 있도록 더 많은 승리를 따내겠다"며 말끝을 흐렸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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