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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테러에 굴복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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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테러에 굴복해선 안된다

입력
2004.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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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우려했던 사건이 터지고야 말았다. 최근 수차례에 걸쳐 잔인한 테러를 자행한 것으로 알려진 한 이라크 저항단체가 이라크 주재 한국 회사의 직원인 한국인 김선일씨를 납치해 목숨을 위협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아랍어 방송 알 자지라가 내보낸 동영상을 통해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김씨의 모습은 차마 계속해서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가슴 아팠고, 처참했으며, 공포 그 자체였다.범인들은 방송에서 한국이 24시간 내에 이라크에서의 철군과 추가 파병 철회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김씨를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앞으로 한국군 병사도 추가로 살해하겠다고 밝혔다. 범행은 우리 정부가 이라크 파병 계획을 발표한 18일을 전후해 저질러진 것으로 보인다.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을 앞두고 충분히 걱정해 왔던 사건이 실제로 발생한 것은 불행하고도 유감스러운 일이다. 향후 엄청난 파장을 불러 일으키며 국내외에서 혼란과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정부는 사태 해결을 위해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우선 김씨의 구출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지난 4월 일본인 인질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일본 정부가 집요하고 끈질긴 노력 끝에 인질의 무사 석방을 이끌어 낸 것은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기필코 구출해 내겠다는 국민들의 뜻을 모아, 그러나 저항단체를 자극하지 않는 조용하고 조심스러운 방법으로 석방 작업을 펼쳐야 한다.

그러나 분명히 해야 할 점이 있다. 테러에는 굴복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이라크 저항단체가 저지른 일련의 테러 사건들은 고도의 심리전적인 색채를 띠고 있다. 그들은 파병국의 정치적 상황과 국민 여론을 정확히 파악해 적시에 범행을 저질렀다. 4월의 이탈리아인 인질 살해 사건이 그랬고, 5월의 미국인 참수사건이 그랬다. 이탈리아인 인질 사건 때 범인들은 "이탈리아 국민들이 반미시위를 벌이면 나머지 인질을 석방하겠다"고 밝히자 실제로 이탈리아에서 반미시위가 열리는 촌극 아닌 촌극이 벌어졌다. 범인들은 테러라는 반인도적 범죄를 통해 국제사회와 국가, 시민들을 우롱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우리 사회는 또 한차례 흔들릴 수도 있다. 행여 사건의 파장이 철군 혹은 추가 파병 철회 논쟁으로 발전돼서는 안될 것이다. 철군과 추가 파병철회는 더욱 안될 일이다. 미국은 명분 없는 전쟁을 강행해 세계의 지탄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국군의 이라크 파병은 우리 정부의 판단에 의해 결정된 것이고 국제사회에 공표한 것이다. 이 시기에 번복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국민들의 감성적 혼란을 노린 비열한 테러가 저질러진 마당에는 더더욱 그렇다. 오히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테러에는 결코 무릎 꿇지 않는다는 국민적 다짐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정부도 차제에 국군 파병의 명분과 당위성 등을 다시 한번 알기 쉽게 설명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점령군' 미군에 맞서 싸우는 이라크 저항세력들에게도 말하고 싶다. 자유와 해방을 갈구하는 저항 활동과 무고한 인명을 잔인하게 해치는 테러행위와는 하늘과 땅 같은 차이가 있다. 우리는 당신들의 역사와 처지를 고려하며 당신들을 저항세력이라고 부르고 있다. 앞으로 친구들이 필요한 당신들을 비열한 테러리스트라고 부르지 않게 되기를 원한다.

정부는 앞으로 제2, 제3의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금보다도 치밀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죽음의 공포로 사색이 된 김선일씨가 무사히 구출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김철훈 국제부 차장대우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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