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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군의 만화로 세상 보기] 강현준 'C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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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군의 만화로 세상 보기] 강현준 'CAT'

입력
2004.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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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이 풍요로워지고 사회가 발전하면 사람의 외로움은 오히려 그와 정비례해 점점 커지는 것 같다. 독신남녀가 늘어나고 독거세대가 증가 추세다.원하든 원하지 않든 혹은 스스로의 선택이든, 피치 못할 선택이든 외로운 사람은 누군가의 따뜻한 온기를 절실하게 그리워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외로운 모든 이에게 사람의 온기가 허락되는 것 같지는 않다. 공원의 나무 그늘 아래서나 영화관의 외진 구석자리에서 한여름에도 서늘한 표정으로 혼자 앉아있는 얼굴을 우리는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으니 말이다.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이 사람들의 관심사가 되는 것은 사람들의 외로움 때문일 거다. 허락되지 않는 사람의 온기를 대신해주고 곁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존재. 외로운 사람들이 애완동물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까닭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필자에게 애완동물을 소재로 한 만화는 아름다운 멜로드라마의 감성으로 다가온다.

여성작가 강현준의 ‘CAT'은 영락없는 로맨틱 코미디다. 자신을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고양이와 그가 고양이라는 사실을 잊는 만화가 K의 이야기이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동격이 된 이 재미있는 파트너는 수시로 다투며, 동거생활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대결에서 물러서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의 다툼은 애정의 다른 얼굴이다.

고양이의 변덕스러움에 토라지는 만화가 K이지만, 늘 품에 고양이를 안은 채 하루를 마무리한다. 사랑하기 때문에 다투면서도 함께 하고 싶다는 젊은 연인들의 모습과 닮은 꼴이 아닌가. 마음을 열고 외로움을 나누면 그것이 곧 진정한 사랑이라고 K와 고양이는 믿고 있는 것 같다.

고양이의 세심한 특성까지 잡아내 인격화한 이 만화의 에피소드들은, 고양이에 대한 작가의 진한 애정 없이는 그려내기 어려운 것이다. 공교롭게도 주인공은 만화가. 그래서 만화는 작가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철저한 개인 작업에 의해 창작되는 만화의 특성 때문에 만화 작가는 현대인의 외로움을 누구보다 절실히 느끼고 살아가는 가혹한 운명의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핵가족과 독신자가 늘어나면서 애완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도 그만큼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풍요로움도 어쩌지 못하는 2% 부족한 외로움을 동물의 온기가 채워주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 온기는 자동판매기처럼 필요하면 언제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만화가 K처럼 꾸준한 대화와 애정을 보내주고서야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사람과 사람이 나누는 사랑과 매한가지로 동물과의 사랑이 그 자체로 소중한 것도 그 때문이다. 한해에 버려지는 애완동물이 자그마치 3,000마리에 이른단다.

박군/만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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