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차를 사기 위해 2년 동안 또박또박 적금을 부어온 회사원 A(35)씨는 요즘 차 색깔을 무엇으로 할 지 고민이다. 예전부터 눈 여겨 봐 왔던 차가 있던 터라 차종은 쉽게 정했지만 막상 차를 사려 하니 색깔에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 사실 자동차 색깔엔 재미있는 정보들이 숨어있다. 경기 상황에 따라 '잘 나가는' 색깔이 다르고, 나라별로 가장 많이 팔리는 색깔에도 차이가 있다. 나에게 딱 맞는 자동차 색깔은 무엇일까.
나라마다 선호하는 차 색깔 달라
21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민족마다, 나라마다 선호하는 차 색상이 다르다.
다혈질인 이탈리아 국민들은 붉은색을, 성실과 철저함으로 대변되는 독일 국민들은 은색을 선호한다.
또 문화를 사랑하는 프랑스인들은 자유를 상징하는 파란색을 좋아한다. BMW에 따르면 실제로 미국, 아시아, 중동 지역에서는 주로 흰색과 담갈색(베이지) 차량이 많이 판매되고 영국에서는 진청색(다크 블루), 독일에서는 은색 차량의 인기가 높다.
이러한 차이는 각국의 공항에 내리는 순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각 도시의 이미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F쏘나타 흰색 계통 48%
우리나라 사람들은 튀기 싫어하고 절제된 이미지를 선호하는 민족적인 성향으로 인해 흰색과 진주색, 은색 또는 검은색을 선호한다.
1∼5월 2만3,328대가 팔려 가장 많이 판매된 차종인 현대차 EF쏘나타의 경우 흰색 계통인 진주색이 1만1,124대로 48%를 차지했고 순백색도 5,984대로 26%나 됐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투싼도 3월 출시이후 판매된 1만1,721대 가운데 신은색이 4,383대로 37%이고 연회색이 2,828대로 24%, 순백색이 1,776대로 15%를 각각 기록했다.
기아차에 따르면 쎄라토의 색상별 판매비중은 맑은 은색이 56%, 순백색이 32%이다. 쏘렌토도 맑은 은색이 전체의 54%이고, 순백색(23%)과 흑진주색(18%)이 그 뒤를 이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수입차 중 장 인기가 높은 색상도 은색이다. BMW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판매된 3시리즈 가운데 은색(티타늄 실버)이 77%, 흰색(알파인 화이트)이 14%를 차지했다. 5시리즈에서도 은색이 79%, 흰색이 14%를 기록했다. 다만 배기량이 큰 7시리즈로 가면 은색(55%)과 검은색(42%)이 거의 비슷하게 나타났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하이 테크놀로지를 상징하는 은색은 절제된 느낌을 주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드러낸다"고 밝혔다.
마티즈 흰색 비율 감소세
재미있는 것은 차 색깔엔 경기 변동의 비밀이 숨어있다는 것. 최근 7년간 GM대우에서 출고한 차량의 색상비율에 따르면 1998년 이후 흰색 차량의 비율이 꾸준히 늘어나다 최근 다시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경차 마티즈의 경우 98년 15%에 불과했던 흰색은 2000년 27%, 2002년에는 41%까지 늘었으나 이후 급격하게 줄어들어 올해에는 28%로 다시 하락했다.
칼로스도 98년 14%였던 흰색 비중이 2002년 54%까지 올랐다가 최근에는 다시 34%로 떨어졌다.
이에 대해 대우자동차판매 이상규 과장은 "경기와 흰색 차 판매가 비례하는 것은 경기가 호황일 때에는 차량 출고가 밀려 가능한 빨리 출고되는 흰색 차량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경기가 어려워지면 재고에 여유가 생기는 만큼 상대적으로 흰색 차의 비중이 줄어든다"고 밝혔다.
차 구입을 심사숙고하게 되는 불경기에는 그만큼 대리만족을 얻으려는 경향도 강해 무난한 흰색 보다는 튀는 색깔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월드컵 당시 빨간색 차 인기
2002년 월드컵 당시엔 '붉은 악마'의 영향으로 빨간색이나 선홍색 차량의 출고 비율이 급격하게 높았다.
2002년에 판매된 마티즈 가운데 선홍색 차량은 17%로 흰색에 이어 두번째로 많이 팔렸고 칼로스 선홍색도 25%로 흰색 다음으로 인기 있는 색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매년 유행과 패션이 다르듯 자동차 색깔에도 트렌드가 있다"며 "흰색은 차체가 커 보이는 데다가 긁혀도 크게 표시나지 않아 가장 선호하는 차량 색상이나 최근에는 개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남과 다른 색상을 선택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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