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연극인들이 일제시대 윤봉길 의사의 항일 독립운동을 소재로 한 연극을 만들어 도쿄 중심가에서 절찬리에 공연하고 있다. 일본인들이 윤봉길 의사와 항일운동을 주제로 창작 공연을 하는 것도 처음이려니와 공연이 연일 만원사례를 기록하고 있어 더욱 화제다.20일 매헌윤봉길의사 기념사업회에 따르면 16일부터 도쿄 료고쿠의 요코즈나 공원 인근 시어터X 극장에서 공연에 들어간 연극 '호토보리'는 매회 만원사례를 기록하고 있다. '남은 열기'라는 뜻의 호토보리는 중국 상하이 훙커우 공원에서 일본군 승전기념식장에 폭탄을 던져 항일의지를 불살랐던 윤 의사 일대기를 다룬 1부와 윤 의사를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재일동포에 관한 2부로 구성됐다.
이 연극이 무대에 오르기까지 결정적 역할을 한 사람은 일본의 저명한 극작가 히라이시 고이치(平石耕一)씨. 히라이시씨는 7년 전 일본 가나가와현 교외에 있는 노다산 공동묘지에서 우연히 윤 의사 묘비를 접하고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는 이후 틈틈이 재일동포를 통해 윤 의사에 대한 자료를 모았고, 윤 의사를 소재로 한 작품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지난해 이라크 전쟁 발발을 계기로 민족문제가 세계적으로 부각되자 '이제는 한민족에 대해 거론할 때가 됐다'고 생각해 본격적인 작품구상에 들어갔다.
그리고 평소 알고 지내던 연극 배우들을 일일이 만나 설득한 끝에 야오야마 게이코와 와타베 쇼지 등 중견배우 12명으로부터 출연 승낙을 얻어냈다. 한복 입는 법 등 한국 풍습에 관한 것은 재일한국민단의 도움을 받았다.
히라이시씨는 "나는 한국과 다른 일본민족이지만 윤 의사의 삶에 감명을 받아 작품을 만들게 됐다"며 "민족에 대한 자각이 희박한 시대에 윤 의사의 생애를 널리 알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히라이시씨는 일본 관객들의 반응이 기대이상으로 폭발적인데 힘을 얻어 앞으로 오사카 등 주요 도시를 돌며 호토보리 순회공연을 하기로 했으며 민단측은 이를 적극 지원키로 했다. 내년 연말께 한국에서도 공연할 생각이라는 것.
그동안 국내 예술인들이 윤 의사를 다룬 창극 '청년시대' '윤봉길 의사' 등을 공연한 적은 있으나 일본인들로만 구성된 스태프가 각본을 쓰고 공연하기는 처음이다.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