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이전 문제에 대한 말꼬리 잡기가 계속되고 있다.20일 낮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나라당 총선 공약집을 뒤져보면 열린우리당의 것이라고 착각할 정도다. 거기에는 행정수도 이전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고 말했다. 총선 공약을 뒤집고 국민투표 실시를 주장하는 한나라당의 행태를 꼬집은 것이다. .
이틀 전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국민투표를 약속해 놓고 이제 와서 국회에 떠넘기려는 것은 열린우리당이 과반수 정당이라서 힘으로 밀어붙이려는 것"이라면서 노무현 대통령을 겨냥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고 나면 뒤집고 해서야 어떻게 국회를 신뢰할 수 있겠느냐"면서 한나라당의 달라진 태도를 비판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요즘 상쟁(相爭) 논리를 개발하기에 분주하다. 하지만 자신들의 과거 언행을 되짚어 보면 상대방을 비난할 자격은 없어 보인다.
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행정수도 이전에 관한 국민투표 실시를 공약했으며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이 통과된 뒤인 금년 2월에도 "큰 논란이 있으면 국민투표 같은 것으로 확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도 지난해 12월 특별법을 통과시키는데 협력했으며 박근혜 대표는 지난 총선 때 "행정수도 이전은 계획대로 이뤄지고 있으므로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여야 정당이 말꼬리 싸움을 하는 사이에 수도이전의 필요성 여부에 대한 본질적 논란은 뒷전으로 밀린 상태다. 서로 약속을 어긴 점을 참회하고 앞으로는 차분히 수도 이전의 타당성 여부에 대해 토론하고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다. 수도 이전은 여야가 정쟁의 수단으로만 삼기에는 너무나 중차대한 문제이다.
/김광덕 정치부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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