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에게는 천운이, 네덜란드에게는 재앙이 따른 한판이었다. 체코가 '오렌지군단' 네덜란드에 기적 같은 역전승을 거두고 '죽음의 조'를 탈출하며 가장 먼저 8강에 진출했다.체코는 20일 포르투갈 아베이루에서 열린 제12회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04) D조 리그 2차전에서 얀 콜레르, 밀란 바로스, 블라디미르 스미체르가 릴레이골을 뽑아내며 3―2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었다. 이로써 체코는 2승(승점 6)을 기록, 남은 경기에 관계없이 8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
'죽음의 조'인 D조의 두 번째 빅매치로 꼽힌 이날 경기는 네덜란드가 초반 두 골을 몰아넣으며 주도권을 잡는 듯 했다. 네덜란드는 전반 4분 아르옌 로벤이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얻은 프리킥을 크로스로 올려주자 이를 수비수 뒤로 돌아들어가던 빌프레드 보우마가 다이빙 헤딩슛으로 선취골을 뽑았다. 기세가 오른 네덜란드는 19분 로벤의 패스를 받은 스트라이커 루드 반 니스텔루이가 오른발슛으로 연결, 2―0으로 달아났다.
순식간에 두 방을 얻어맞은 체코는 그러나 4분 뒤 상대의 패스미스를 가로챈 밀란 바로스의 패스를 콜레르가 넘어지면서 가볍게 밀어넣어 추격의 불씨를 당겼다. 네덜란드는 다비즈의 슛이 골대에 맞는 등 골운이 따르지 않아 추가골을 뽑는데 실패했다.
후반 들어 로벤을 교체하는 악수를 둔 네덜란드에 비해 공세를 펼치던 체코는 26분 동점골을 잡아냈다. 파벨 네드베드의 패스를 콜레르가 가슴으로 떨어뜨려주자 바로스가 오른발 논스톱슛으로 네트를 갈랐다.
승부가 원점으로 돌아간 가운데 네덜란드의 헤이팅하가 경고누적으로 퇴장 당하면서 승부의 추는 체코쪽으로 기울었다. 결국 체코는 종료 2분전 교체멤버 스미체르가 3번째 골을 잡아내며 역전드라마에 마침표를 찍었다. 졸지에 역전패를 당한 네덜란드(1무1패)는 3차전에서 라트비아를 반드시 잡고, 독일―체코전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신세가 됐다.
앞서 열린 경기서는 최약체로 꼽히는 라트비아가 '전차군단' 독일과 0―0으로 비겼다. 이날 승리에 버금가는 무승부를 거둔 라트비아는 메이저대회에서 처음으로 승점을 따냈다. 독일은 2무.
한편 전날 열린 C조 경기서는 덴마크가 불가리아를 2―0으로 눌렀고, 스웨덴과 이탈리아는 1―1로 비겼다.
/여동은기자 deyuh@hk.co.kr
●내일의 하이라이트
크로아티아―잉글랜드(B조, 22일 오전 3시45분 리스본, MBC)
8강 티켓을 놓고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일전이다. 잉글랜드(1승1패)는 무승부만 기록해도 8강행을 확정 짓는 반면 크로아티아(2무)는 반드시 이겨야 8강 티켓을 거머쥐게 돼 절박한 입장이다.
축구신동 웨인 루니(2골)를 앞세워 스위스를 3―0으로 꺾고 기사회생한 잉글랜드는 루니―마이클 오언―데이비드 베컴의 삼각공격편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 4년 전 대회에서도 승점 1만 챙기면 8강에 오를 수 있었던 잉글랜드는 당시 루마니아에 덜미를 잡혀 탈락한 기억이 있기 때문에 팀 분위기에 각별히 신경 쓰는 모습이다.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와 2―2로 비기는 등 만만치 않은 전력을 과시한 크로아티아는 챔피언스리그 득점 2위 다도 프로소를앞세워 잉글랜드의 벽을 넘겠다는 각오다.
프랑스(1승1무)와 스위스(1무1패)의 3차전은 프랑스가 4골차 이상으로 패하지 않는 한 8강에 진출하게 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