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20일 측근에게 "공부 좀 하겠다"고 해놓고 종일 자택서 칩거했다. '행정수도 이전'이란, 대표 취임이래 최고 난제를 앞에 둔 답답한 심경이 묻어나는 행보다. 탄핵 심판 등 몇 차례 고비에서 무난히 대처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 박 대표지만 이번 문제는 차원이 달라 보인다.
21일 의원총회에선 박대표가 해법의 첫 단추로 일단 '사과'를 들고 나올 것이란 관측이 많다. 수도이전이란 중차대한 문제를 한나라당이 그간 당리당략으로만 접근해왔음을 인정하고 원칙적 반성을 할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당내 상당수 의원들이 제기하는 '사과 후 원점 재검토'까진 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속도는 늦출 수 있지만 차를 돌릴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원점 재검토'는 대통령 재신임과 탄핵 처리 등에서 보여줬던 한나라당의 경솔한 접근법의 재판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박대표가 하고 있다고 한다.
당연히 국민투표에 대한 입장도 "지금은 시기가 아니다"이다. 여기엔 투표 결과의 불투명성도 고려된 듯하다.
개인적 고민도 엿보인다. "국민에게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원칙을 틈만 나면 강조해오고, 그것을 모토로 삼아온 박 대표다. 그래서 당분간 "행정수도 이전은 찬성하지만 모든 것이 가는 천도(遷都)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반복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여권과 정부를 향해 거듭 감속을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여권이 박정희 전 대통령도 수도를 이전하려 했다며 압박하자 "아버지도 4∼5년간 검토만 하셨다"고 반박한 데서도 속내가 읽힌다. 그는 "당시 아버지는 '임시수도'라는 말을 썼지, '행정수도'라는 말을 안썼다"고도 했다.
문제는 "애매하다" "어정쩡하다"며 쏟아질 당내 비판이다. 이를 어떻게 다독이느냐도 박 대표로선 난제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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