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월간 지연된 이라크 파병 계획이 확정되면서 병력과 장비를 안전하게 옮기기 위한 수송작전도 본격화하고 있다.한국군은 그동안 동티모르와 아프가니스탄 등의 파병을 통해 외국 군수보급 작전경험을 쌓아왔으나, 이라크는 병참선이 길고 주이동 경로에 각종 테러위협 요인이 있어 그 어느 때보다도 치밀한 수송작전이 요구된다. 국방부가 정확한 수송일정과 경로 등을 비밀에 부친 채 고심 중인 것도 안전문제를 고려한 때문이다.
이라크로 파병되는 한국군 자이툰부대는 바다와 하늘, 육지를 이용해 지구를 반 바퀴 도는 입체 수송작전을 통해 이라크 북부 아르빌주로 이동한다. 국방부와 합참은 우선 장비와 물자를 중간 경유지인 쿠웨이트까지 수송할 2만5,000톤급 민간수송선 2척을 확보하기 위해 선박회사와 계약을 서두르고 있다.
다음달 중순께 파병장비와 물자, 각종 구호품을 싣고 부산항을 출발하는 수송선이 쿠웨이트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25일 정도. 수송선 2대는 며칠의 시차를 두고 해상으로 이동한다. 이 과정에서 함대함·함대공 미사일 등으로 무장한 3,200톤급 구축함인 광개토함이 삼엄한 호위를 맡는다. 해상테러 등 각종 돌발상황에 대비해 해군 특수전여단 수중파괴대(UDT) 팀도 동승할 것으로 알려졌다.
운전병 500명과 경계병력 등으로 구성된 선발대 900여명은 8월초 비행기 3대에 분승, 쿠웨이트로 출국한다. 이들 병력은 수송선이 싣고 오는 군수장비 등을 쿠웨이트에서 인수 받아 육로로 최종 목적지인 아르빌주로 옮기게 된다.
수송작전의 최대 하이라이트는 1,200㎞에 달하는 현지 육상 이동작전. 방탄 처리된 2.5톤 수송용 트럭과 지프차, K-200 등 장갑차 10여대를 실은 대형 트레일러 등 400여대의 차량 대열은 8월 중순께 쿠웨이트를 출발할 예정이다. 아르빌주까지는 대략 4박5일이 소요된다. 폭탄테러 등에 대비해 여러 단위 제대로 나뉘어 순차적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선발대의 이동경로는 쿠웨이트-바스라-바그다드를 잇는 이라크 8번 고속도로를 거쳐 키르쿠크-아르빌 구간의 국도를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바스라에서 바그다드에 이르는 주요 지점에서 미군과 저항세력의 유혈충돌과 차량 폭탄테러 등이 잇따르고 있고, 이라크 북부구간 역시 방심할 수 없는 '험로'라는 점이다.
때문에 경호차량과 미군이 지원하는 지뢰탐색 특수차량을 선두로 보급품을 실은 수송차량이 뒤따르고 행렬 중간마다 K-6 중기관총 등으로 무장한 경계병력이 돌발상황에 대처할 계획이다. 미군은 이동 과정에서 기관포와 대전차로켓 등으로 무장한 아파치 공격용 헬기 4∼5대를 지원, 우리 군의 수송차량과 병력을 공중 경호하는 한편, 야간에는 동맹군 기지를 개방하는 등 한미연합작전도 펼쳐질 것으로 알려졌다.
8월말∼9월초 출국하는 본대 1진 병력은 당초 서울공항에서 아르빌주로 직접 이동할 계획이었으나, 아르빌 공항에는 대형 민항기의 이착륙이 쉽지 않아 선발대와 마찬가지로 쿠웨이트를 거쳐 아르빌주로 이동한다. 다만 아르빌로 들어갈 때 육로 대신 저항세력의 지대공미사일 공격을 막을 수 있도록 방탄 처리가 된 C-130 수송기를 이용할 계획이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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