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불량만두' 억울한 낙인 찍혔던 (주)취영루 르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불량만두' 억울한 낙인 찍혔던 (주)취영루 르포

입력
2004.06.19 00:00
0 0

"지금까지 피해액만 40억원입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늘어날 지 알 수 없죠." '불량 만두업체'로 낙인 찍혔다 하룻만에 무혐의 판정을 받은 물만두 전문업체 (주)취영루의 파주 맥금동 공장. 17일 찾아간 7,500평의 공장에는 평소 100여명의 직원들이 야근도 마다 않던 곳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인기척이 없었다. 간신히 명예는 회복했지만 연 매출액 200억원 규모의 식품업체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시련이 계속되고 있다.

사건 발생 이후 조업을 완전히 중단한 공장에는 20여명의 직원이 기계 수리와 공장 청소를 하고 있었다. 이진희 공장장은 "하루 2억원치 물량을 공급하던 공장이 놀고 있는데다 쏟아져 들어온 반품과 물류비로 인한 손실이 엄청나다"며 "몇 개월이나 버틸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300평 냉동창고에는 반품된 10만상자(20억원치 상당)의 냉동만두가 5m 높이의 천정까지 가득 쌓여 있었다. 창고 뒷편에서는 서울의 한 할인점에서 방금 반품된 100여 상자의 냉동만두를 폐기 처분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종업원 이정두(22)씨는 "내가 만든 만두가 이렇게 무참히 버려진다는 게 너무 안타깝다"며 "주변사람들에게 우리 만두는 먹어도 상관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다들 꺼림칙해 하는 분위기여서 마음이 아프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불량만두 사태는 극심한 소비침체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던 식품업계에 직격탄을 날린 꼴이다. 수도권 소재의 한 만두업체가 공장을 내 놓았다는 소문이 도는 등 도산 위기에 처한 업체가 속출하고 있다. 2,000억원대의 냉동만두 시장은 물론 6,000억원대에 달하는 냉동식품 시장 전체가 소비자의 외면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 길도 막혀 지난해 한국산 냉동만두 864톤을, 올해 437톤을 수입한 일본은 한국산 만두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이마트 등 주요 유통업체들이 17일부터 만두 판매를 재개했지만 판매량은 미미한 수준이다. "다시는 만두를 안 먹겠다"는 소비자의 불신이 조류독감·광우병 파동보다 더 오래 갈 것으로 보여 대부분 중소업체인 식품업계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더 큰 문제는 식품업체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뾰족한 아이디어가 없다는 것. 식품업계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정청이 업체를 대신해 만두의 안전성을 홍보하더라도 별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만두소가 비위생적이라고 발표한 뒤 입장을 바꿔 '병주고 약주는'식의 홍보를 해 봐야 소비자들의 반감만 더 키운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식품과학회 등 식품에 관한 제3의 전문가 집단이 만두의 안정성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을 내려야 소비자들의 신뢰가 회복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 만두업체 관계자는 "전 국민이 나서 만두먹기 캠페인이라도 벌여야 할 판"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파주=신기해기자

shink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