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면 꿈에 그리던 해병소위 계급장을 달게 됩니다. 지옥훈련도 이제 끝나 가고 있는 셈이죠."해병 여사관후보생들이 한여름 포항 앞바다에서 진흙탕을 구르며 해병전사로 태어나고 있다.24일 임관을 앞두고 경북 포항 해병대사령부 훈련장에서 막바지 훈련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주인공들은 이선정(24·보병·경남대 언론홍보과 졸) 황다혜(28·보병·동국대 국문과 졸) 전정화(24·공병·군산대 토목과 졸)씨 등 6명. '귀신잡는 해병'이 되려고 안정된 직장까지 팽개치고 재수·삼수 끝에 이 길을 선택한 'G.I.제인'들이다.
해병장교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3년 전부터 각종 운동을 통해 본격적으로 체력단련을 해온 이선정 후보는 남자 후보생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강인한 체력의 소유자다. 태권도 2단에 윗몸일으키기는 2분에 103개를 하며 1.5㎞ 구보 때는 뒤에 남자후보생 20여명을 달고 들어올 정도다.
전정화 후보 등 나머지 5명도 모두 태권도 유단자로 심신의 강인함이 남자후보생들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다. 이들은 특히 건축기사, 실용영어 자격증 등을 소지한 재원이어서 임관 후 맹활약이 기대된다.
남자들도 망설이는 해병의 길을 이들이 택한 것은 결코 취업난 때문만은 아니다. 입대 전 학원강사로 월 300만원의 수입을 올렸다는 황다혜 후보는 "최일선에서 활약하는 해병소대장이 되고싶었다"며 "2년 전 해병사관후보생 시험에 낙방한 후 이를 악물고 체력단련을 해 재도전했다"고 말했다.
박진아(24·헌병·용인대 경찰행정학과 졸) 후보는 해병출신인 부친의 권유로 입대한 케이스. 박 후보는 "해병대에 안가면 호적을 파 버리겠다는 아버지의 강력한 권유로 이 길에 들어섰지만 임관을 앞둔 지금은 내 스스로가 정말 자랑스럽다"며 "해병대에 대한 아버지의 자부심을 비로소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3월22일 입소한 이들은 14주 간의 지옥훈련을 마치고 24일 진해 해군사관학교에서 임관식을 갖고 해병소위 계급장을 달게 된다.
부대관계자는 "21세기 정보화 시대에는 해병과 같은 거친 분야에서도 여성의 섬세함과 창의성이 많이 요구된다"며 "여자후보생 중에는 남자들도 선뜻 택하기 어려운 험한 병과를 지원하는 이들도 점차 늘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이정훈기자 j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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