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던 지하드 : 테러, 그 보이지 않는 경제로레타 나폴레오니 지음·이종인 옮김
시대의 창 발행·1만8,000원
우리는 테러의 시대에 살고 있다. '테러'라는 단어가 어느 사이 일상 생활 깊숙이 파고 들었다. 9·11 사태 이후 더욱 그렇다. 하지만 테러의 본질이 무엇인지 명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책은 테러에 대한 경제적 분석이다. 테러는 정치적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테러를 정치적 현상으로만 파악하려 든다면 테러의 정의에 대한 국제적 합의는 불가능하다. 정치적 분석은 분노에 의해 채색되고 증오에 의해 왜곡된다. 이것이 정치적 분석의 한계이고, 경제적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테러에는 자금이 필요하다. 현금의 지속적인 공급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 이런 시각에서 테러 무장단체의 현금 조달과정을 '신경제'를 통해 파헤치고 있다. 여기서 신경제란 정보통신기술이 만들어낸 경제가 아니라 21세기 들어 생겨난 지정학적 대변동에 따르는 경제의 의미를 가진다. 즉 테러의 신경제는 테러 무장집단이 군사적 지원과 금융 조달을 서로 연계 시키는 국제적 연결망을 뜻한다. 이런 신경제는 불법 분야뿐 아니라 합법 영역도 포함한다.
지난 50년간 테러 신경제는 크게 4단계의 진화 과정을 거쳤다. 첫째, 미소 냉전시대에 대리전의 양상으로 테러가 생겨났다. 둘째, 냉전이 끝나면서 테러가 민영화했다. 스폰서 후원은 사라져 무장단체들은 재정자립을 위해 열심히 뛰었다. 셋째, 그 과정에서 살아남은 조직은 PLO와 같은 의사(擬似)국가를 형성했고 나머지는 소멸됐다. 넷째, 이 의사국가들이 이슬람 국가 또는 이슬람 연방을 설립하기 위해 모던 지하드를 벌인다. 모던 지하드란 이슬람 혁명 이데올로기, 무슬림의 정체성 추구, 무슬림 세계의 사회적·경제적 야망 등이 한데 뭉쳐져서 만들어진 개념이다. 이 모던 지하드가 현재 신경제의 주요 엔진이다. 신경제는 급속히 성장해 연간 매출이 영국의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2배에 달하는 1조5,000억 달러에 이르러 서방의 패권에 강력히 도전하고 있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두 경제체제의 전 지구적 충돌이다. 한쪽에는 힘이 센 서방 자본주의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반군 세력이 조직한 테러 신경제가 있다. 이러한 구도는 11세기 서방 기독교권이 동방의 이슬람 주도권에 저항한 십자군 운동을 연상시킨다. 십자군 운동은 종교적 이유를 내세웠지만 실제 주요 동기는 경제적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난 50년 동안 서방은 무슬림 세계의 갓 피어난 경제세력을 계속 억눌러왔다. 이에 좌절된 이슬람 신흥 세력들이 이슬람 무장단체와 동맹을 맺었다. 무슬림이 내세우는 종교적 이유는 힘을 동원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고, 진짜 추진력은 경제다.
모던 지하드의 공개적인 목표는 이스라엘과 그를 지원하는 서방국가를 파괴하는 것이다. 그러나 진짜 목표는 다른 데 있다. 리비아의 가다피나 사우디아라비아의 사우드 왕가 같은 기존 정치 엘리트들이다. 무슬림 지역의 부유한 자원을 공유하는 순수 이슬람 국가의 탄생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내용은 마치 한 편의 추리소설 같기도 하다. 하지만 경제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수천 건의 문서와 인터뷰를 토대로 했으며, 일일이 주석을 달고 출처를 밝혔다. 테러는 정치가나 경제인 뿐 아니라 거리의 무고한 행인을 겨냥하기도 한다. 경제적 관점에서 정치적 폭력에 접근한 최초의 시도인 이 책은 테러를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하고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상호/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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