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가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본질적으로 다시 논의할 국면에 놓이게 됐다. 행정수도 건설과 관련하여 대선 때의 국민투표 공약이 쟁점으로 가열되자,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이 문제는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며 국회에서 논의하고 결정할 문제"라고 입장을 밝혔다. 정치적 맥락에서 본다면 대통령이 빗발치는 야당의 공세와 국민투표 요구 여론을 비켜가기 위해 책임을 국회로 넘긴 것으로 볼 수 있다.그러나 우리는 대통령의 정치적 의도를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그보다는 국가의 중대사인 행정수도 이전문제가 소모적 논쟁으로부터 벗어나 국민의사에 부합한 결론에 도달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 대통령의 입장표명의 의의를 찾고자 한다.
한나라당은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책임을 야당과 국회에 떠넘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런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나라당도 이 논쟁에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총선에 앞서 거대 야당으로서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을 통과시키는데 동참했던 것이 사실이다. 한나라당이 노 대통령이 추진하는 행정수도 건설이 나라의 장래를 위해 잘못된 것이라고 판단한다면 법률안 통과에 대해 국민에게 떳떳이 사과하고, 새로운 논의에 참여하여 법률 폐기를 추진하든지 새로운 방안을 찾는 것이 책임 있는 야당의 길이라고 본다.
우리는 새로 구성된 17대 국회가 행정수도 문제만큼은 국가백년대계를 생각하며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여 주기를 바란다. 대통령도 여당도 야당도 이 문제에 대해선 정략을 배제하고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며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행정수도 이전문제와 관련하여 과거의 일은 교훈으로 삼되 정쟁의 수단으로 악용하지 말기를 제의한다.
행정수도 건설의 비전과 청사진을 국민에게 공개하고 여기에 따르는 효과와 문제점은 물론, 재원조달 방안 등을 제시하고 국회가 토론을 통해 이를 검증해야 한다. 행정수도냐 또는 천도냐 하는 문제를 포함하여 21세기의 통일 이후 문제까지도 논의할 수 있다. 행정수도 이전 여부는 국회가 결론을 내리면 좋겠지만, 사안의 성격상 국민투표에 묻는 것이 근원적인 문제해결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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