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1984년 군 복무 중 의문사한 허원근 일병이 타살된 것으로 보인다며 국방부의 자살 의견을 반박해 또 한 차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의문사위는 18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의문사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시 발포된 M―16 소총이 허 일병의 것이 아닐 가능성이 높으며 허 일병이 사체가 발견된 폐유류고 뒤에서 자살한 것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사망한 후 옮겨진 것으로 보인다"며 "1기위원회 결론과 마찬가지로 허 일병은 자살한 것이 아니라 타살된 것"이라고 밝혔다.
의문사위는 2000∼2002년에 진행된 1기 조사 때 84년 4월2일 육군 제7사단 3연대 1대대 3중대에서 근무하던 허 일병이 내무반에서 노모 중사의 우발적인 총격에 의해 사망했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당시 재조사를 벌였던 국방부 특별조사단은 기존 헌병대 조사 결과와 마찬가지로 허 일병이 군 복무에 적응을 못해 자신에게 소총으로 실탄 3발을 쏘고 자살한 것이라고 발표해 논란이 일었다.
의문사위는 "당시 헌병대가 조사 기록에 첨부한 현장 사진을 보면 허 일병이 머리부분 총상으로 사망했음에도 주위에 골편 등 뇌조직이 보이지 않고 사체 주위와 총기에서 혈흔이 전혀 발견되지 않은 점을 미뤄 볼 때 현장에서 사망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의문사위는 또 "사체 발견장소에 있던 M―16 소총을 육군과학수사연구소(현 국방과학연구소)로 증거품으로 보낼 때 작성됐던 증거품송부증과 연구소 측의 접수대장 상의 소총 번호가 임의로 수정돼 있음을 확인했다"며 "감정 의뢰된 총기가 허 일병의 총기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방부 특별조사단은 사체 주변에 혈흔과 골편 등이 없는 점에 대해서 "당시 영하 5도의 날씨라 허 일병이 옷을 여러 겹 껴입고 있었는데 몸통에서 나온 피는 모두 옷에 흡수돼 밖으로 흐르지 않았고 머리에 총을 쐈을 때는 이미 가슴 부분에 총상을 입어 피가 많이 나온 뒤여서 주변에 고이지 않은 듯 하다"고 말했다. 특조단은 총기 번호가 수정된 것에 대해서는 "당시에는 손으로 쓰고 고치는 일이 비일비재 했다"며 "허 일병의 경우도 단순한 실수였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최영윤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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