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투표든 뭐든 빨리 결론이 났으면 좋겄슈. 바람만 잔뜩 들었다가 꺼지면 큰 일이잖어유…." 지난 17일 현장 취재차 찾았던 공주 장기에서 만난 한 주민은 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싼 국민투표 실시 논란이 못마땅한 듯 이렇게 말을 던졌다.장기와 함께 유력한 신행정수도 후보지로 꼽히는 계룡면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촌로는 "후보지 주민들은 갖가지 (개발행위)규제로 피해를 감수하고 있는데, 국민투표다 뭐다 해서 시간이 지연되면 그 손해는 어떻게 보상할껴"라며 목청을 높였다.
"아, 박 대통령 시절에도 행정수도가 온다고 해서 기대를 굉장히 했었지. 하도 궁금해서 장기나 연기 같은 후보지들을 보러 다녔었는데 결국 물거품이 돼 버렸어…." 동생뻘쯤으로 보이는 할아버지가 거들었다.
충청도 사람들의 요즘 표정에는 두가지 색깔이 교차한다. 그 하나는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기대감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이러다가 또…"하는 불안감이다. 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싼 접점없는 입씨름이 가열되면서 불안감이라는 색깔이 더 짙어지고 있다.
18일 노무현 대통령의 수도 이전 국민투표 관련 회견 이후 정치권이 또 난타전을 벌이자 이곳 사람들은 화를 내기 시작했다. "도대체 우리가 구걸한 것도 아니고, 충청도를 들었다 놨다 뭐하는 건지…." 대전역 대합실에서는 이런 소리도 들렸다.
불안감은 불신으로 바뀌고 있다. 서울의 명동 격인 은행동에서 만난 한 주부는 "그 것 때문에 (지난 대선에서)몰표를 던지기는 했지만, 또 정치권의 표 얻기에 이용만 당한 것은 아닌지"라며 목소리를 낮췄다. 행정수도 이전 논란은 어떤 형태로든 이쯤에서 종지부를 찍는 게 현명하다. 이곳 사람들의 불신이 배신감으로 바뀌기 전에.
/허택회 사회2부 기자 thhe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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