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라크 파병 일정을 확정했다. 오랜 논란이 누그러진 가운데 베트남 전 이래 최대 규모 해외파병을 단행하게 됐다. 파병 지지 쪽은 한미 동맹 등 국익을 위해 다행이라고 반길 것이다. 그러나 마냥 안도할 일은 결코 아니다. 파병 반대쪽의 끈질긴 항의를 걱정해서가 아니다. 무엇보다 이라크 파병의 장래가 불확실한 것이 문제다.정부는 파병을 위한 국내외 여건이 성숙했다고 말한다. 탄핵사태와 총선을 거치면서 파병 자체가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진 덕분에 국내 여건은 성숙했다고 말할 수 있다. 열린우리당이 막바지 고민하는 모양을 보였으나, 지지층의 파병반대를 의식한 제스처 수준이다. 파병 주력이 8월 말 떠나는 데, 연말 파병연장 동의안 심의 때 진지하게 검토한다는 얘기는 정치적 수사로도 상식 밖이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국외 여건, 이라크 상황 자체에 있다. 정부는 유엔 결의안 채택과 임시정부 출범으로 파병의 국제적 명분이 확보됐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미국이 억지로 확보한 명분이 아니라, 실제 이라크 정세가 어디로 흘러가느냐 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미국의 점령통치가 안정될지 모르나, 당장은 불안한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특히 안정됐다는 우리군의 파병지역도 심각한 불안 요소가 도사리고 있다.
따라서 우선 걱정은 파병부대의 안전이다. 더 큰 문제는 사태가 악화하면 다른 나라처럼 철군하기는커녕, 오히려 주둔 연장과 추가 파병을 강요 당할 가능성이 높은 데 있다. 정부는 이런 사리를 제대로 보고 파병 이후의 사태변화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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