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아름다운 폐경기제드 다이아몬드 지음·김기영 옮김
뜰 발행·1만원
가족을 보호해야 하고, 괴롭고 슬픈 일이 있어도 참아야 하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혼신을 다해야 하고. 남자 앞에 놓인 사회적 규범은 이렇게 강하고 씩씩한 인물상을 요구한다. 이 기준에 맞춰 정신 없이 살다 보면 어느새 40대 중반. 갑자기 허무해진다. 부부관계도, 직장도 위태롭다. 아이들은 또 어떤가. 가족과 의무에 짓눌려 살아온 지난 세월, 내 인생은 어디에 있는가. 회한이 밀려온다.
미국 심리치료사 제드 다이아몬드는 그 이유를 "남자가 폐경기를 맞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남자의 폐경'이라는 말이 낯설지만, 그는 40대 중반이 되면 테스토스테론 등 남성 호르몬의 분비가 줄어 피로감이 밀려오며 건망증이 심해진다고 말한다. 짜증이 늘고 결단력이 떨어지며 우울해지고 고립감을 느끼는 것도 이 시기 남자들의 일반적 모습이라는 것이다.
그가 쓴 '남자의 아름다운 폐경기'는 이런 징후를 후반기 인생을 준비하라는 신호로 받아들이라고 권하며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우선 호르몬의 화음을 조절해야 한다. 호르몬 요법이나 운동, 음식 섭취 등을 통해 줄어든 남성 호르몬을 보충하라는 것이다. 육체적 건강도 빼놓을 수 없다. 물을 많이 마시고 콩 요리를 자주 먹고 포화 지방산의 섭취를 줄이고 토마토 요리를 즐겨야 한다. 적당한 운동은 기본이다. 우울증, 마음의 상처가 있으면 치유하라고 일러준다. 아내와 가족, 친구들과 더 잘 어울림으로써 그들과 따뜻한 배려를 나눠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신적인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
이 책은 중년 남성의 혼란이 광기도, 혼자만 겪는 병도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폐경기 남성'에게는 배우자나 가족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특히 아내는 남편의 말에 귀 기울이고 공감할 것을 당부한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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