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심(54)은 징그러울 정도로 연기를 잘 하는 배우다. 두말 할 필요 없이 지금은 막을 내린 TV 드라마 ‘전원일기’를 떠올려보면 된다. 그녀는 연기자가 아니라 바로 우리 주위의 큰 며느리였다. 그런 그가 25일 개봉하는 박흥식 감독의 ‘인어공주’ 시사회에서 이외의 발언을 했다. “제 작은 체구가 이 큰 스크린을 채울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그래서 영화를 되도록 안 한 것이죠.”그러나 그 발언은 틀렸다. 그녀가 연기한, 세상과 남편(김봉근)이 밉고 그래서 할 말도 많은 중년의 ‘때밀이’ 아줌마 연순은 큰 화면을 채우고도 남았다. 스스로를 ‘목욕관리사’라고 부르며 열심히 때를 밀다가 가래침을 홱 뱉어내는 연기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누추한 자신의 삶을 욕하는 어린 딸(전도연)을 시도 때도 없이 구박하고 닦달하는 모습은 완전 실제 상황이다. 그러면서 남편과 나눈 첫사랑의 추억을 고이 간직한 연순은 이 시대 모든 어머니의 자화상이기도 했다.
전도연이 ‘인어공주’라는 잘 만들어진 상업영화를 앞에서 이끌고 나갔다면, 고두심은 뒤에서 밀고 나갔다. 나이 든 연순의 찌든 삶이 있었기에 젊은 연순(전도연 1인2역)의 풋풋한 사랑은 더욱 빛났다. 그녀가 1972년 데뷔 후 처음으로 단독 주연을 맡은 영화 ‘먼 길’(감독 구성주)의 개봉(9월)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이유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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