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MTV 영화상 시상식에서 영화배우 겸 모델인 패리스 힐튼이 ‘스타스키와 허치’에서 열연한 카르멘 일렉트라에게 ‘가장 키스 잘하는 상’을 수여한 뒤 입을 맞추었다. 여자끼리의 입맞춤. 몇 년 전만 해도 공공 장소에서 동성끼리 입을 맞춘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지만, 하리수가 성전환을 하고 홍석천이 커밍아웃을 한 뒤에도 대중 속에서 당당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어느새 동성끼리의 애정 표현에 관대해지고 있다.Home CGV의 ‘퀴어 애즈 포크(Queer As Folk)’(토 오전 1시)는 매력적인 동성애 남성들의 삶을 유쾌하게 그리고 있다. 제목을 굳이 우리말로 번역해 본다면 ‘이상한 사람들’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사랑은 나이와 국경을 초월한다고 하는데, 퀴어들(남성 동성애자)에게는 성 또한 뛰어넘을 수 있는 장벽임에 분명하니 일반인이 보기에 이들은 좀 이상한 사람들 일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는 좀 낯설지 모르지만 동성애자의 성과 사랑을 사실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면에서 새롭다.
매력적이면서도 야심찬 광고인 브라이언과 그의 연인 저스틴 그리고 브라이언을 짝사랑하는 그의 오랜 친구 마이클. 이들의 삼각관계는 남녀간 삼각관계와 마찬가지로 티격태격, 엎치락뒤치락, 애정의 고개 넘기가 하루에도 수십 번 반복된다. 극중 또 하나의 동성애 커플인 린지와 멜라니. 이들은 멜라니의 친구인 브라이언의 정자를 받아 아이까지 낳는다. 남자와 남자, 여자와 여자. 하지만, 이들의 사랑도 보통의 사랑과 다름없는 것 같다.
동아TV의 ‘리얼 섹스 인 더 시티 LA’(금 밤 10시30분, 토 밤 11시30분, 일 오후 4시40분)는 LA에 살고 있는 전문직 싱글 여성들의 당당하면서 신나는 일상을 담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일도 사랑도 그녀들에게는 놓치고 싶지 않은 소중한 것. 그녀들에게 남자는 사랑의 파트너일 뿐 서로를 구속하는 존재가 아니며, 자신의 일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최고가 되길 원한다. 이성 친구에게서는 얻을 수 없는 동성끼리의 공감대를 통해 그녀들만의 화려하고 견고히 성을 쌓아간다.
세계적인 성인 잡지 플레이보이에도 그들만의 성이 있다. 전세계 남성들이 한 번쯤은 보았을 법한 이 잡지는 단순한 남성 잡지가 아니라 여성에 대한 성적 억압의 고리를 풀어 성에 대한 개념 자체를 바꿔놓은 혁명적 물건이었다. 이 혁명의 주동자 휴 헤프너는 지금도 자신의 왕국에서 화려한 삶을 살고 있다.
Q채널 ‘전격공개, 플레이보이 맨션’(금 오전 9시, 일 오전 2시)은 휴 헤프너의 대저택을 샅샅이 보여준다. 아름다운 부인 캠벌리와 이혼한 후, 미녀들과 천국의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휴 헤프너의 저택은 보는 이로 하여금 아담과 이브의 낙원을 연상케 한다.
남의 마음도 내 마음 같으면 오죽 좋을까마는 세상은 그렇지 않다. 내게 중요한 것이 남에겐 하찮은 것 일 수 있고 남의 기쁨이 나에겐 아픔일 수 있는 것이 인생이다. 그래서 점점 더 공통점을 가진 사람끼리 모이려 하는 것 같다. 이러다 세상이 남자 나라, 여자 나라로 따로 따로 나뉘는 것은 아닐까.
/공희정 스카이라이프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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