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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자치경찰제 郡단위까지?

입력
2004.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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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경찰조직인 포도청이 1894년 갑오개혁을 계기로 신식 경찰 제도로 변모하였다. 이후 한말을 거치면서 프로이센과 프랑스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일본 경찰 제도가 우리나라에 타의적으로 이식되었다. 해방 후에는 미 군정과 더불어 영미식 분권형 경찰 제도가 소개되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한국의 경찰 관련 법제는 대륙법계의 영향을, 운용 면에서는 미국식 행정학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경찰 사무에 대하여 대륙법계에서는 전통적으로 집권형·국가사무로, 영미법계에서는 분권형·자치사무로 인식해 오고 있다. 대민 서비스 및 민주성 지향의 행정학·분권적 관점과 법 집행·적법성 및 질서 유지 지향의 법학적 관점이 서로 다른 측면을 갖고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한국의 경우 분단국가로서의 특수성이 강조되다 보니 현재까지 강력하고 효율적인 집권적 경찰 관리 방식이 유지되어 왔다. 그런데 최근 지방자치경찰제 도입과 관련하여 구체적인 안들이 공개되면서 상당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시민들이 이해하는 경찰 개념은 대체로 강·절도범을 예방·검거·수사하고(민생치안), 대규모 집회시위를 관리하고(시국치안), 도로교통상의 법 집행 등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는 국가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논의되고 있는 제도의 방향에 대하여 살펴보면, 국가경찰 측에서는 실질적 권한(인사, 방범, 수사, 경비, 정보)을 거의 이양하지 않은 채 지방분권이라는 명분을 살리면서, 시장·군수·구청장 측에서는 '자치경찰과'라는 조직을 운용함으로써 '경찰'이라는 이름 하에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실리를 얻게 될 묘안으로 평가된다. 향후 자치단체의 재정과 단체장 성향에 따라서는 인원과 조직을 늘려가면서 특별사법경찰(환경, 위생, 보건, 세무) 영역까지 권한을 확대함으로써 국가경찰과 갈등 내지는 대립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경찰 이슈와 관련하여 가장 많이 언급되었던 주제가 다름 아닌 '경찰 조직의 분권화'였으며 각각의 모형에 대한 장단점이나 특색은 이미 많이 공개되었다.

그런데 최근에 제시된 방안은 그동안 논의와는 상당히 거리가 먼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의 제도에서 갑자기 착안을 하였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2차 대전 직후에 일본은 미국식 경찰 제도의 영향을 강하게 받으면서 자치제경찰 취지에 부합하도록 시·군·구 단위로 자치경찰을 확대·시행하였지만 수년 동안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법령과 제도를 고쳐 오늘날의 광역시·도 단위로 개선시켰다. 국토가 넓은 미국·캐나다·호주 등에서는 기초자치단체 수준의 분권형 경찰제를, 영국·일본·독일·스위스 등에서는 대체로 광역시·도 혹은 주 단위로 운영하고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지역사회 지향적 경찰 활동(Community Policing)이 강조되는 현 시점에서 자치제경찰 실시는 시의적절하다. 그렇지만 고속철도 등장 이후 전국이 2시간 이내 생활권으로 변모하는 상황에서 기초자치단체 수준의 분권화를 도모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의문이 든다. 연간 총 200만 건의 범죄 가운데 1,000여 건이 살인사건이다. 살인·강도·강간·방화와 같은 강력범죄의 경우 4범 이상의 전과자가 무려 25%나 된다. 경찰 행정은 일반 행정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그래서 연습은 매우 위험하다. 제대로 된 분권형 경찰제도를 도입하려면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야 한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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