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트래볼타와 니컬러스 케이지는 얼굴을 바꾸기 위해 피부를 벗겨내고(영화 ‘페이스 오프’), 여자들은 아름다워지기 위해 피부를 벗겨낸다.”영화처럼 피부를 통째로 벗겨내기는 불가능하지만 피부 일부를 벗기는 박피는 이미 오래 전부터 피부과에서 쓰이고 있다. 박피란 피부를 벗겨냄으로써 새 피부가 재생되도록 자극, 피부를 아름답고 젊게 만드는 방법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 종류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용어도 박피, 필링, 스케일링 등으로 나뉘고, 레이저 박피, 크리스탈 필링, 해초 박피 등 셀 수 없이 많다. 박피를 하면 정말 피부가 젊어질까?. 그렇다면 나에겐 어떤 박피법이 좋을까?
박피, 필링, 스케일링 등 용어가 복잡하지만 알고보면 피부를 얼마나 깊이 벗겨내느냐의 차이다. 그리고 이에 따라 효과가 다르다. 드림피부과 이호균 원장과 아름다운나라피부과 장가연 원장의 도움말로 ‘페이스 오프’의 모든 것을 알아보자.
피부는 끊임없이 죽고 산다
피부는 종이보다 얇은 표피 밑에 2~3㎜ 두께의 진피층이 있고, 그 아래에 순서대로 피하지방층, 근육, 뼈가 있다. 표피는 끊임없이 겉에서 죽은 세포(각질)가 떨어져나가고 진피로부터 새 세포가 자라 올라와 4주면 완전히 새로운 세포들로 바뀐다. 그래서 표피만 살짝 손상된 상처는 흉터가 전혀 남지 않는다. 진피엔 모낭 땀샘 혈관 등의 조직이 포함돼 있으며 매우 질긴 막이다.
몇 ㎜도 되지 않는 피부이지만 다양한 피부 문제를 야기하는 원인은 모두 다른 데에 있다.피부가 매끄럽지 않고 거칠다면 이것은 각질층의 문제다. 각질이 제대로 떨어져 나가지 않고 들떠 있는 것. 반대로 때를 박박 밀거나 햇볕에 자극을 받아 각질층이 많이 없어지면 피부에서 수분이 증발하지 않도록 유지하는 장벽을 모두 허물어 버리는 셈이라 오히려 피부 건조가 심해진다.
피부의 탄력이 떨어져 처지는 것은 진피층의 콜라겐이 엉성할 때 일어난다. 주름은 겉으로 보이기는 해도 오히려 진피층의 탄력이 떨어지면서 나타나는 문제다. 기미는 표피의 멜라닌색소 때문일 수도 있고, 진피까지 깊숙이 박힌 것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피부 문제를 해결하는데 효과적인 박피술은 따로 있다. 흔히 박피는 진피 일부까지, 필링이나 스케일링은 표피층만 벗겨내는 것. 결국 주름이나 피부 탄력을 해결하기 위해선 진피층까지 벗겨내는 박피를 해야 효과적이며, 단지 칙칙한 피부를 환하게 하거나 매끄럽게 만들어 화장을 잘 받게 하고 싶은 정도라면 얕은 박피인 필링이나 스케일링으로도 충분하다.
주름 없애려면 깊이 벗겨야
박피는 진피층 일부를 벗겨냄으로써 재생이 활발히 이루어지도록 자극하는 것이다. 콜라겐 등이 새로 만들어지면서 탄력과 주름이 회복될 수 있다. 화학약품을 발라 피부를 벗겨내는 심부 박피(화학적 박피)는 표피층과 진피층의 3분의1까지 깊게 벗겨내는 방법이다. 레이저를 이용해 피부 진피층 일부까지 벗겨내는 레이저 박피, 또 매끄럽고 고운 입자를 문질러 물리적인 힘으로 피부를 벗겨내는 기계적 박피도 있다.
특히 피부가 건성인 사람은 피부가 얇아 잔주름이 생기고 탄력이 떨어진다. 이런 경우 필링보다 박피가 낫다.
하지만 박피 후엔 피가 나고 딱지가 앉으며 시술 후 자외선 차단에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표피는 1주일이면 회복되지만 울긋불긋한 홍조가 완전히 없어지는 데에는 2~3개월이 걸린다. 또 색소침착이 회복되는 데에는 6개월~1년까지 걸리는 등 효과가 큰 만큼 일상생활에 부담을 주는 방법이다. 이러한 부담을 피하고 싶은 이들에겐 최근 진피층을 자극하는 IPL이나 고주파(서마지)치료가 인기를 얻고 있다.
살짝 벗겨서 매끄럽게
필링이나 스케일링은 들뜬 각질을 적당히 제거하고, 각질층의 배열을 탄탄하게 바꾸어주며, 표피층의 일부를 벗겨 보습인자 등이 함께 재생되도록 유도한다. 피부 스케일링, 크리스탈 필링, 아미노 필링, 해초 필링 등 다양한 종류의 시술법이 있다. 표피 일부만 살짝 벗겨내기 때문에 시술 직후 화장과 세안이 가능하고 딱지가 생기는 일도 없다. 반면 박피처럼 한번에 극적인 변화를 실감하긴 힘들어 4~5회 반복 시술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피부타입이 지성인 사람은 평소 표피와 각질층이 두꺼운 편이라 이를 제거하면 막힌 모공도 열리고, 피부가 매끄러워지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하지만 건성인 사람은 시술 후 3일 정도는 각질이 얇아져 피부 건조가 심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때문에 시술 후에는 보습제를 꼼꼼히 발라주는 게 좋다. 일주일만 지나면 표피층이 모두 재생되고 각질층의 배열도 고르게 배치돼 건조함도 개선된다.
집에서 쓰는 필링 제품 - 알갱이 든 스크럽제 얼굴 붉어지는 부작용 조심
집에서 쓰는 각질 제거제, 필링 화장품 등은 어떤 효과를 낼까. 이러한 필링 제품들도 피부과의 시술과 원리는 똑같다. 즉 알갱이가 들어있는 스크럽제는 마찰을 통해 피부를 벗겨내는 기계적 박피와 같고, 필링 화장품에 들어있는 글리콜릭산 등은 피부과에서 쓰는 것과 똑 같은 성분이다. 다만 농도는 훨씬 옅어 안전한 대신 효과는 낮다.
특히 알갱이가 든 스크럽제는 별로 권할만하지 않다. 알갱이들이 피부에 자극을 주어 얼굴이 붉어지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특히 눈가나 입가 등은 피부가 얇은 편이라 똑 같은 강도로 문질러도 손상을 입기 쉽다. 특히 피부가 예민한 여성, 습진이나 피부염이 있는 경우에 필링은 자극이 되므로 금물이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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