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의 배전분할 추진이 중단됐다. 이에 따라 가스산업 구조조정 방안도 원점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아져 DJ정부에서 넘어온 공공부문 구조조정 작업이 참여정부에 의해 사실상 무산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됐다.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은 17일 노사정위원회가 정부의 배전분할 및 매각 계획을 중단토록 결의한 것을 수용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배전부문 외의 다른 부문에 대한 구조개편은 당초 방침대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배전분할 대신 앞으로는 자율성과 독립성을 강화하는 사업부제를 도입해 전력산업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한편 사업부별 특성에 맞는 책임경영체제를 구축하고 단계적으로 내부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미 분할이 이뤄진 발전부문에서는 올해부터 경쟁효과가 나타나고 있어 46개 발전사업자가 생산한 전력을 거래하는 전력거래소는 그대로 운영할 계획이며, 가스산업 구조개편은 현재 노사가 협의중인 만큼 협의 결과를 보고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정위는 이에 앞서 제70차 공공부문 구조조정특위를 개최, '합리적인 전력망산업 개혁방안 마련을 위한 공동연구단'이 지난달 31일 보고한 연구결과를 받아들여 배전분할 추진 중단을 권고하는 내용의 대정부 결의문을 채택했다.
산자부 장관이 공식적으로 배전분할 추진 중단을 밝힘에 따라 올 연말을 시한으로 진행중인 가스산업 구조개편 작업도 적잖은 영향을 받게 됐다. 가스산업의 경우 설비부문에 대해 공기업 체제를 유지하는 대신 도입·도매 부문은 분할방식과 신규진입 방식 등을 통해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방안이 추진됐으나, 이번 결정으로 향후 일정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가스공사 직원들은 이날 결정이 가스산업 구조개편 의견조율 과정에서도 똑 같은 결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내심 환영하는 분위기다.
또 이번 결정은 노조 편향적인 참여정부의 공공부문 정책에 대한 논란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경쟁체제 강화와 인력감축 등으로 요약되는 DJ정부의 공공부문 구조조정 작업이 참여정부에 의해 크게 훼손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DJ정부는 공공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해 1998년부터 2000년까지 공공부문에서 13만명을 감축한 반면 참여정부는 공기업의 신규직원 고용을 의무화하는 등 인력 충원에 적극적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DJ정부 5년 동안 추진한 공공개혁이 물거품이 됐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민간 연구소 관계자는 "참여정부가 DJ정부와 상충된 공공부문 정책을 추진, 결과적으로 두 정부의 정책 중 하나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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