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의 단말기 불법 보조금 지급에 대한 정부의 영업정지 조치 선언에도 불구하고 불법 영업은 전혀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통 3사에 대한 통신위원회의 영업정지 결정과 정보통신부의 영업정지 조치가 발표된 지난달 25일과 이달 7일에도 불법 보조금 지급은 끊이지 않았다.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통사들의 보조금 지급 행위 사례가 이달에만 50여건이 통신위원회에 제보됐다. KTF는 6월 법인대상영업을 하면서 보조금으로 정상가격보다 20만원 이상 싼 휴대폰을 수백여대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당 정상가격이 31만9,000원인 휴대폰을 신규가입은 3만원에, 번호이동가입자에게는 무료로 판매했다는 내용이다.
LG텔레콤은 통신위의 과징금 조치가 발표된 지난달 25일 이후 수원과 부산·경남 등지에서 휴대폰을 할인해 주거나 무료로 휴대폰을 판매한다는 전단을 뿌렸다가 조사를 받고 있다. SK텔레콤 역시 지방 영업조직을 중심으로 010 신규가입자를 유치하면서 보조금을 지급했다는 제보내용에 대해서 조사를 받고 있다.
통신위측은 "불법 영업이 계속되고 있다는 제보가 잇따라 전담반을 조직, 실태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며 "그러나 현재까지는 제재 조치 발표 이전에 미리 보조금을 당겨 받은 물품들이 일부 유통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통신위는 불법 사례를 파악해 다음달 5일 열리는 회의에서 제재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소비자단체들은 "휴대폰이 무료로 지급되고 있는데 누가 제값을 주고 휴대폰을 사려 하겠느냐"며 "정부의 미온적 단속이 이통사의 불법 보조금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통신위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통신위가 이통사들의 불법 행위를 수년간 조사·심결하는 역할을 맡아왔지만 아직까지 변변한 세부규정 없이 매 건을 '원님 재판하듯' 다뤄왔다는 불만이다. 불법 사례가 적발되더라도 주의·경고·가중처벌 등 즉각적인 조치에 나서기보다 예정된 통신위 일정에 맞춰 불법사례를 수집하는데 급급, 효과적인 시장규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눈앞의 실적이 중요한 업체 입장에서는 정부의 시정조치를 기대하기 보다 경쟁사에 대한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의 자구책에 나서게 된다는 항변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들을 모두 묶어 동시에 처벌하는 일이 연례행사로 반복되다 보니 마케팅 현장에서는 정부의 과징금을 매년 내는 세금 쯤으로 가볍게 여기게 된다"며 사실상 준조세로 전락한 통신위의 과징금 처벌 관행을 꼬집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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