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현대사 다큐멘터리 '이제는 말할 수 있다'(일 밤 11시30분)가 한국전쟁 발발 54주년을 전후해 한국전쟁과 분단체제를 다룬 6편의 시리즈를 방송한다. 그동안 피해자들의 입을 통해 제주 4·3항쟁 등 역사적 사건의 진실 파헤치기에 몰두했다면, 이제는 좀 더 시야를 넓혀 그 낱낱의 사건을 관통하는 현대사의 근본적 문제들을 성찰해보자는 취지다.20일 방송되는 '중국의 6·25 참전'(연출 정길화)은 중국의 입장에서 한국전쟁 참전 문제를 정면으로 다뤄 눈길을 끈다.
중국은 건국 1년 만인 1950년 10월 '항미원조(抗美援朝)'를 명분으로 참전을 결정하고, 최대 115만명의 군대를 파병했다. 당시 지도부 내에서도 반대가 적지 않았지만, 마오쩌둥(毛澤東)은 "참전의 이익은 매우 크며 참전하지 않으면 손해가 클 것"이라며 참전을 강행했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전쟁에서 직접 총을 들었던 중국 인민해방군 생존자 20여명의 증언과 압록강 주변 현지 취재 등을 통해 중국의 참전 동기와 구체적인 경로, 참전의 득과 실은 물론 이후 대 한반도 정책과 중·미 관계에 미친 영향 등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중국은 한국전쟁 참전으로 35만명의 사상자를 냈고, 건국 직후 여세를 몰아 '대만 해방'에 나설 기회를 잃었다. 그러나 갓 출범한 사회주의 체제를 공고히 하는 동시에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정전협정을 했고 그 영향력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결국 마오쩌둥의 판단대로 잃은 것보다는 얻은 것이 더 많았다는 것이 제작진의 판단이다.
한반도에서 유사 상황이 발생한다면 중국은 어떤 선택을 할까. 선즈화(沈志華) 중국사회과학원 교수 등 중국 학자들은 "전쟁이 나도 참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 반면 래리 워첼 헤리티지재단 부회장 등 미국의 우파 전문가들은 참전을 점친다. 미국에 대항할 유일한 강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에 대한 미국 우파의 견제 의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제는…'은 병역비리의 역사적 뿌리를 캔 '신의 아들과의 전쟁'(27일), 7·4 남북공동성명의 역사적 의미와 이후 남북관계의 변화를 짚은 '1972.7.4 박정희와 김일성'(7월4일), 1994년 김일성 사망 당시 조문파동을 되돌아본 '94년 조문파동과 공안정국'(7월11일), 한국전쟁 당시 거제 포로수용소 사건과 미송환 포로 문제를 다룬 2부작 '한국전쟁과 포로'(7월18, 25일)를 잇따라 방송한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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