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난해함을 몸과 음악으로 푸는 데 성공했다.”극단 미추가 난해하기로 악명 높은 소설가 박상륭의 작품을 ‘뙤약볕’(연출 김광보)이라는 제목으로 6년 전 무대에 올릴 당시 나왔던 공연 평이다. 그 해 김광보는, 98년의 수확 즉 30대 연출가의 활약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거론될 정도로 두드러졌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연극을 계속해야 할 지 고민하던 시기에 연극을 다시 하게 해준 작품”이었다. 98년 올해의 연극 베스트5 신인연출상, 서울연극제 무대예술상, 99 백상예술대상 신인연출상은 덤이었다.
김광보가 이끄는 극단 청우가 창단 10년을 맞아 19일~7월11일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소극장에서 ‘뙤약볕’을 공연한다. 청우는 ‘종로 고양이’ ‘인류 최초의 키스’ 등 개성있는 작품을 꾸준히 낸 극단. 6년 전 춤과 노래가 화려하게 장식했던 무대를 간소화하고 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객석과 무대의 장벽을 허문 타원형 무대로 관객의 상상력을 이끌어 내면서 자신들의 화법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박상륭의 연작 3편을 3장의 연극으로 옮긴 ‘뙤약볕’은 ‘말’(언어)이 주인공이다. 수 천 년 동안 말을 모시던 섬마을에서 말과 사람을 이어주는 늙은 당굴이 죽고 젊은 당굴이 들어서면서 위기가 닥친다. 치정에 얽힌 살인이 일어나고 장마와 역병으로 사람이 죽어가자 주민들은 섬을 떠난다.
이야기의 뼈대를 잘 추려 힘 있게 전달하는 김광보의 연출 방식이 박상륭 작품을 무대 언어로 어떻게 드러낼 지 궁금하다. 김광보는 “이미지나 음악 같은 부가적 요소보다는, 배우를 통해 작품 자체를 보여주는 데 힘을 쏟을 것”이라며 “배우를 쥐어짜고 ‘굴리고’ 있다”고 말했다.
배우 윤상화는 “객석이 사방에 설치된 타원형 무대에서 연출이 원하는 정중동의 에너지를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 걱정되지만, 흥미로운 작업이 될 것”이라고 받았다. 김광보의 포부는 대단하다. “인간의 욕망이 자초한 파멸의 과정을 보여주겠다. 모두 보고 기겁할 것이다.” 강승민, 문경희 등 노련한 청우의 배우들이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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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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