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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로이트, LA 4승1패 제압 14년만에 챔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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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로이트, LA 4승1패 제압 14년만에 챔피언

입력
2004.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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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7. 종료버저가 울리자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의 래리 브라운 감독(63)은 재혼해 얻은 늦둥이 딸(4)을 꼭 안아 올렸다. 딸의 볼에 키스를 하는 그의 눈가에는 이슬이 맺혔다. 21년 동안 15전16기의 도전 끝에 이뤄낸 감격적인 우승이었던 것이다.디트로이트 피스톤스가 16일 미시간주 오번힐스 팰리스에서 열린 2003∼2004 미국프로농구(NBA)챔피언 결정(7전4선승제) 5차전에서 LA레이커스를 100―87로 완파했다. 이로써 홈 3연승을 달린 디트로이트는 4승1패로 1989∼90시즌에 이어 14년 만에 챔피언 타이틀(통산 3회)을 거머쥐었다. 동부 컨퍼런스 소속 팀이 NBA정상에 오르기는 1998∼99시즌 시카고 불스 이후 5년 만이다.

올해 필라델피아에서 디트로이트로 자리를 옮긴 브라운 감독은 NBA 첫 우승 및 최고령 우승 감독이라는 영예와 함께 미국대학농구(NCAA)와 NBA를 모두 석권한 최초의 지도자가 됐다.

브라운 감독은 1976∼77시즌 덴버에서 처음 NBA지휘봉을 잡은 이래 디트로이트까지 모두 7개팀을 거치면서 이들 팀을 모두 플레이오프에 올려놓아 명장의 반열에 올라섰다. 개인기 보다는 수비와 팀워크를 중시하는 그는 그러나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렇다고 한 순간도 포기한 적은 없었다. 대학에 몸담았던 7시즌을 빼고 올해까지 21시즌 동안 무려 16차례나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끝에 마침내 대망을 이뤘다.

그의 농구철학은 빅스타가 한 명도 없는 디트로이트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그는 "우리는 어떤 팀도 이길 수 있는 힘이 있다"는 말을 주문처럼 선수들에게 주입시켰고, "나보다 우승에 목마른 사람이 있는가"라는 말로 자신의 열망을 선수들과 공유했다. 그 결과 '배드 보이스'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디트로이트는 거친 수비를 앞세워 절대 열세라는 세간의 예상을 깨고 스타군단 레이커스를 침몰시켰다. 천시 빌럽스, 벤 월리스, 테이션 프린스 등은 수비 농구의 진수를 선보이며 코비 브라이언트, 개리 페이튼, 샤킬 오닐 등 레이커스 스타들을 무력화했다. 특히 빌럽스는 상대 개리 페이튼과의 가드 대결에서 완승하며 챔프전서 경기 당 평균 21점을 뽑아내 MVP에 올랐다.

이날 5차전은 이미 3쿼터에서 승부가 판가름났다. 빌럽스, 벤 윌리스 등의 활약으로 전반을 55―45로 리드한 디트로이트는 3쿼터 들어 82―59로 점수 차를 벌렸다. 디트로이트는 주전 모두 두자리수 득점을 기록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칼 말론의 저주?

이날 미프로농구(NBA) 챔피언결정전이 디트로이트의 승리로 끝나자 가장 허망했던 선수는 LA레이커스의 노장스타 칼 말론(41·206㎝)이었다. 무관의 제왕이란 닉네임을 벗어 던지겠다던 꿈이 끝내 물거품이 됐기 때문. 더욱 괴로운 것은 레이커스가 마지막 관문에서 무엇엔가 홀린 듯 졸전을 거듭한 것이 '말론의 저주 탓이 아닐까' 하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이다. 말론의 저주는 최고의 파워포워드로 꼽히는 말론의 소속팀은 우승을 하지 못한다는 것. 카림 압둘 자바에 이어 역대 최다득점 2위에 올라있는 말론의 생애 평균득점은 25점. 그러나 이번 챔프전서 그는 5.0점 7.3리바운드 2.3어시스트에 그쳤다. 더군다나 이날 5차전서는 무릎부상의 여파로 아예 평상복을 입고 벤치를 지켰다. 첫 우승에 대한 스트레스와 부담이 컸는지 잡음도 많이 일으켰다. 12일 오번힐스팰리스에서 열린 3차전서는 그에게 침을 뱉은 관중을 집게 손가락으로 찔러 경찰의 조사까지 받았다.

18년간 유타 재즈 한 팀에서만 뛴 말론은 17시즌 연속 평균 20득점 이상을 올려 '우편배달부'라는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1997년과 98년 두 차례 챔프전서 마이클 조던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이 큰 한으로 남아있다. 그래서 그는 올 시즌엔 우승을 맛보기 위해 1,800만달러의 연봉이 150만달러로 깎이는 손실과 팬들의 비난을 무릅쓰고 우승후보 0순위인 레이커스로 말을 갈아탔다. 그러나 플레이오프에서만 총 194경기를 치른 말론은 우승경력 없이 가장 많은 플레이오프를 치른 선수로 남게 됐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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