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선수들도 나름대로 '색깔'을 추구한다. 색깔을 이용해서 자신의 브랜드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상품으로 말하면 컬러 마케팅(Color Marketing)에 해당된다.'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어느 대회건 최종라운드에는 붉은색이나 자주색계열의 상의를 입는다.
붉은색 상의를 입고 티박스로 당당하게 걸어 나오는 우즈를 보면 마치 붉은 망토를 걸친 로마제국이나 중국의 황제, 성난 황소를 유인하는 물레타(muleta·막대에 감은 붉은 천)를 손에 잡은 강인한 투우사 이미지가 연상된다. 1920년대 최초로 컬러 마케팅을 시도했다는 미국 파커(Parker)도 빨간색으로 여성 만년필 시장을 석권했다고 한다.
'탱크' 최경주는 올해부터는 강렬한 오렌지색으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고있다. 무뚝뚝하고 거무튀튀한 이미지를 따뜻하고 친근하게 바꾸려는 시도다. 최경주가 오렌지색과 인연을 맺은 것은 MCC코리아(주)가 제조한 MFS샤프트 때문이다. 드라이버와 우드에만 오렌지색 샤프트를 장착했던 최경주는 아이언 샤프트까지 점차 오렌지색으로 바꾸고 있다.
최경주는 "오렌지색 샤프트가 번쩍이는 것을 보면 멀리서도 선수나 갤러리가 'K.J.Choi'로 알아본다"며"앞으로 신발이나 셔츠 등에 오렌지색을 가미하고 대회 마지막 날엔 반드시 오렌지색 셔츠를 입겠다"고 말했다.
최경주는 지난 주 메모리얼토너먼트 마지막 날에 오렌지색 셔츠를 입고 나왔다. 물론 17일 개막되는 US오픈에서도 오렌지색을 찾으면 그를 확인할 수 있다.
안시현은 지난해 겨울 코오롱 엘로드가 만든 분홍색 셔츠를 입고 CJ나인브리지클래식에서 우승, 신데렐라가 됐다. 이 색깔의 엘로드 셔츠는 곧바로 동이 났다. 여름으로 접어들면서 안시현은 흰 바지에 민트(박하)색 셔츠로 '털갈이'를 한 상태.
분홍, 민트, 흰색 모두 솜처럼 깨끗하고 포근한 이미지다. 나상욱은 보라색이나 짙은 자주색 터틀넥 라운드티에 검은 바지를 즐겨 입는다. 5월에는 뉴욕타임즈 매거진이 옷 잘입는 신인골퍼 중 한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박세리는 분홍색을 즐겨 입는 편이다. 박지은은 짙은 회색이나 검은색을 주로 입지만 옷에 무늬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안시현이 발랄한 느낌이라면 박지은은 이지적 멋을 풍긴다. 화장술이 미인을 만들어내듯 선수들의 이미지도 마케팅기술로 분장한 것이다. 이미지를 스스로 창출해 내는 것, 이것이 바로 프로다.
조재우기자/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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