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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식품안전업무 일원화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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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식품안전업무 일원화 시급

입력
2004.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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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6대 국회에서 나는 국회의원으로서 불량식품을 상습적으로 만들어 파는 사람에 대해서는 징역 20년 이상의 중형에 처해야 한다는 다소 과격한(?) 법률 개정안을 낸 일이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너무 지나치지 않느냐는 얘기가 나올 것 같아 동네 젊은 주부들 200여 명에게 의견을 물었더니 대부분이 "무슨 소리냐? 사형이나 무기징역에 처해야 한다"는 더 과격한 주장이 나왔다.그러나 국회 법안 심사 소위에서 여야 의원 모두가 개정안이 너무 과격하고 다른 법률과의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는 한가한 이유로 간단하게 부결되었다. 이제 1년도 채 안 돼 바로 그 문제로 시민들은 분노하고 정부는 불량식품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국회에서는 뒤늦게 법을 개정해서 벌칙을 강화하겠다고 떠들썩하다.

바로 이것이다. 우리의 정책이 늘 현실과 동떨어져 있고 문제가 생기면 전쟁하고, 끝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식이다. 그래서 공업용 색소로 고춧가루 만들어 수십억 원을 벌어도 몇 백만 원 벌금만 내면 같은 짓 되풀이해도 괜찮고, 학교 어린이들 집단 식중독 일으켜도 영업에 아무 지장이 없는 나라다.

중국 등에서 들어오는 불량식품은 국내업자들에 의해 이미 '불량식품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어 이런 문제들은 미리부터 예견돼 온 것이다. 이제는 단지 처벌조항만이 아니라 식품 안전 관리에 관한 근본적인 대책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이다. 먹거리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불안은 불량식품 이상이라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우선 현재 7개 부처에서 다루고 있는 식품 안전 업무를 일원화해야 한다. 부처마다 특별법을 만들어 예컨대 축산식품은 축산물가공관리법에 의해 농림부가, 수산물은 수산물품질관리법에 의해 해양수산부가, 먹는 물은 먹는물관리법에 의해 환경부가, 주류는 주세법에 의해 국세청이, 천일염은 염관리법에 의해 산업자원부가, 그리고 학교 급식은 학교급식법에 의해 교육인적자원부가 각각 어지럽게 관리하고 있다.

불량식품 관리의 주무 부처가 돼야 할 식약청은 다만 다른 부처에서 하지 않는 식품을 관리하는데 그나마 일반 식품에 대한 안전 관리는 시·군·구에서 맡고 있다. 식품 안전 관리를 소비자인 국민 중심으로 하는 게 아니라 공급자 중심으로 부처별로 하고 있다. 불량식품 천국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나라 없다. 그러다 보니 부처 이기주의와 관리의 비효율성이 나타나게 되고, 식품업계 입장에서는 중복 규제로 식품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되고, 국민의 입장에서는 불신과 불안을 가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외국에서는 이미 식품 안전 업무를 일원화하고 있는 추세다. 범정부 차원에서 덴마크, 호주, 캐나다, 아일랜드, 영국 등이 이미 일원화하였고, 일본도 작년 '식품안전기본법'을 제정하고 독립된 '식품안전위원회'로 일원화하고 있다. 심지어 나라마다 기준과 방법이 다른 유럽연합(EU)에서도 식품 업무의 일관성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 재작년부터 '유럽식품안전청'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지금 소관 부처를 놓고 왈가왈부할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우리나라가 세계 여기저기에서 넘보는 불량식품업자 천국으로 변하고 있음을 명심하고 국민을 불량식품으로부터 보호할 획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먼저 '식품안전관리기본법'을 조속히 만들어 말이나 서류로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식품 안전이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

/김성순 건양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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