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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아버지의 양복과 넥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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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아버지의 양복과 넥타이

입력
2004.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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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학교에서 아버지를 그리라고 하면 우리는 들에서 일하는 아버지가 아니라 마치 사진기 앞에 서 있는 듯한 모습의 아버지를 그렸다. 그림을 그리는 솜씨가 없기도 했겠지만 어느 아이의 그림도 그 아이의 아버지 같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때 우리가 그린 아버지의 모습은 하나같이 양복을 입고 있었다. 그러나 그 시절 우리 아버지들은 양복을 입지 않았다. 입을 양복이 없는 아버지가 더 많았다.몇 년 전 초등학교 동창 모임에서 한 친구로부터 "나는 우리 아버지가 양복을 입은 모습을 한번도 보지 못했어"라는 말을 들었다. "네 결혼식 땐?" "그때도 두루마기를 입으셨어." "더 멋진 옷 입으셨네"라고 했지만 지나고 나니 그게 많이 한이 된다고 했다. 안 입으시더라도 양복 한 벌 제 손으로 해드리지 못한 게.

그러고 보니 나야말로 여태 살아오면서 아버지께 양복 한 벌 해드리지 못했다. 신인작가 시절엔 오히려 내가 아버지로부터 옷을 받아 입었고, 지금은 그걸 갚아드리려고 해도 "얼마나 입는다고" 하시며 두 손부터 내 흔드신다. 그래서 늘 아내의 손을 거쳐 가져다 드리는 것이 넥타이뿐이다.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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