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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과 서강을 품은 곳, 강원 영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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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과 서강을 품은 곳, 강원 영월

입력
2004.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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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영월은 물의 나라다. 동강, 서강, 주천강, 평창강 등 이름난 강만 4곳이나 된다. 주천강과 평창강이 만나 서강과 합류하고, 서강은 동강과 하나되어 남한강으로 흐른다. 이처럼 물이 굽이치면서 마을 곳곳을 누비는 곳이 또 있을까. 특히 얼마전까지만 해도 동강과 서강은 일반인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은 채 험한 산속을 유유히 흐르는 고고함의 상징이었다.이런 곳에 길을 내기란 쉽지 않았을 터. 인근에 영동고속도로가 있어 굽이굽이 강을 따라 길을 낼 필요도 없었다. 더딘 개발 덕분에 다행이 깨끗한 자연이 보존될 수 있었다. 동강과 서강으로의 여행은 청정수역 한가운데로 떠나는 여정이다.

동강은 영월을 대표하는 강이다. 강원 평창군 오대천과 정선군 조양강이 합쳐지면서 만들어졌다. 수억년전 지반의 융기현상으로 형성된 석회암층 지역으로 지금도 퇴적작용과 침식작용이 진행되고 있다. 또 빗물과 석회수가 끊임없이 암석을 녹여 200개가 넘는 동굴을 만들어냈다. 수달, 어름치, 쉬리, 버들치를 비롯, 원앙, 황조롱이, 솔부엉이 등 많은 희귀동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작 동강이 세인에게 알려진 것은 1999년 상류에 다목적댐을 건설하겠다는 정부 계획이 발표되면서였다. 환경단체를 비롯한 범국민적인 반대운동이 벌어졌고, 결국 건설계획은 백지화했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동강의 신비한 속살과 아름다움이 알려지면서 갖가지 명목의 방문객과 관광객이 늘어나 무단취사와 야영 등 또 다른 형태의 환경파괴가 시작되자 정부는 2002년 이 일대를 생태계보존지역으로 지정했다.

지금도 동강 상류까지 길이 이어지지 않는다. 큰 배가 다니지도 않는다. 동강의 비경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방법은 래프팅에 참여해야 한다. 힘이 들고 어려울 것 같지만 코스가 완만해 초보자도 쉽게 즐길 수 있다. 고무보트를 실은 차량으로 문산나루터로 이동한다. 여기서 섭새나루터까지 길이는 13㎞. 2시간30분~3시간 가량 걸리는 코스이다.

간단한 준비운동을 한 뒤 8인승 보트에 타고 출발했다. 최근 계속되는 가뭄으로 수량이 많지 않다. 잔잔한 호수를 지나는 기분이다. 가이드의 지시에 따라 노를 저으며 앞으로 나간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계곡이 끊어질 듯 이어진다. 래프팅의 재미가 덜하다 싶으면 그저 주변 경치만 봐도 행복하다.

오른쪽 절벽위로 소나무가 듬성듬성 자라고 있다. 그냥 봐도 절경이라는 느낌이 든다. 노루목이라는, 동강의 대표적 비경중 하나이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뒤 따라 온 대학생팀의 한바탕 물장난이 벌어진다. 일제히 물에 뛰어들어 물장구를 치기도 한다. 보다 역동적인 재미를 원하는 젊은 층을 위한 서비스라고 한다.

다시 얼마를 갔을까. 폭넓은 강 중앙에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 등 3개의 거대한 바위덩어리가 우뚝 서있다. 동강 최고의 경치를 자랑한다는 어라연(魚羅淵)이다. 물고기의 비늘이 비단처럼 반짝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어라연 인근에 마련된 간이매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막걸리 한잔을 곁들인 뒤 30분가량 남은 마지막 코스를 내려와 섭새나루터에서 래프팅은 끝난다. 100여개 업체에서 래프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여름 성수기에는 동강 전체가 래프팅으로 뒤덮이는 장관을 연출한다.

동강의 유명세에 빠지지 않는 절경을 자랑하는 곳이 서강이다. 길도 없고 래프팅코스도 없어 중간중간에 차를 세워두고 비경을 감상하는 것이 고작이지만 그 아름다움은 전국 어느 강에도 뒤지지 않는다.

대표적인 곳은 선돌이다. 비운의 왕 단종을 모신 장릉인근 소나기재 정상에서 100m 가량 들어가면 거대한 바위사이로 ‘ㄱ’자로 굽은 강줄기가 펼쳐진다. 신선이 노닐던 바위라는 이름이 전혀 무색하지 않다. 아침, 저녁으로 물안개가 필 때는 더욱 비범한 자태로 다가온다.

강줄기를 따라 동쪽으로 향한다. 선암마을로 가는 길이다. 하지만 목적지는 그 곳이 아니다. 마을앞에서 비포장길을 따라 좌회전, 1㎞를 간 뒤 다시 걸어서 600m를 가면 낭떠러지와 맞닥뜨린다. 이 곳에서 강너머 보이는 경관은 영락없는 대한민국지도의 모습이다. 백두대간 줄기를 따라 소나무가 숲을 이뤘고, 해남 땅끝마을과 포항의 장기곶까지 눈에 들어온다. 전국의 사진작가들이 서강의 비경을 담기 위해 몰려드는 곳이기도 하다.

나룻배를 탄 사공이 천천히 노를 젓어 동해에서 남해를 돌아 서해 해안에 배를 댄다. 고요한 한반도의 모습, 한 폭의 그림이다.

/영월=한창만기자 cmhan@hk.co.kr

■섶다리 건너며 감자꽃 향기 취해볼까

영월의 동강과 서강이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데 비해 주천강은 오래전부터 주민들의 삶과 함께 해왔다. 강이라기보다는 여울이고 시내이다. 이 소박하고 정겨운 주천강의 상징이 바로 섶다리다.

섶다리는 Y자 형태의 나무를 거꾸로 뒤집어 다릿발로 세운 뒤, 통나무를 꽂아 맞춰 다리의 기둥을 만들고, 낙엽송으로 만든 서까래에 소나무가지와 흙을 부어 다져낸 나무다리. 잔가지를 섶이라고 하는데서 유래된 이름이다.

섶다리는 못을 전혀 쓰지 않은 것이 특징인데, 마을 주민들의 왕래를 위해 주천강의 수량이 적어지는 초겨울에 주로 놓았다. 이듬 해 여름 장마에 다리가 떠내려 가면 다시 겨울을 기다렸다가 새 다리를 만들던 것이 연중행사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콘크리트와 철판을 이용한 튼튼한 다리들이 건설되면서 섶다리를 놓는 전통은 언제부터인지 사라졌다.

슬그머니 사라진 영월의 명물, 섶다리를 놓는 행사가 최근 다시 부활했다. 지난 해 11월 주천면 판운리 청년들이 마을앞 강가에 섶다리를 놓은 것이 발단이 됐다. 최근 섶다리의 성가를 더욱 높인 것은 인기 TV드라마 ‘장길산’. 아역의 장길산이 양반댁 자제와 대련을 가져 처참하게 패배한 후 비참한 마음으로 건너던 다리가 바로 이 곳이다. 성년의 장길산이 연인 묘옥과 첫 대면을 한 곳이기도 하다. 주변에 단종릉인 장릉과 청령포 등 볼거리도 많아 연계 관광지로 인기있다.

쌍섶다리는 1m 가량의 간격을 두고 나란히 만든 2개의 섶다리를 일컫는다. 단종의 죽음에 얽힌 애틋한 사연이 담긴 다리로 알려져있다. 1457년 세조의 영에 따라 단종이 영월에서 사약을 받고 승하하자 조정에 대한 주민들의 감정이 좋을 리 없었다.

200년 이상 이어진 주민들의 분노를 삭이기 위해 숙종 25년(1699년) 노산묘로 불리던 단종묘를 장릉으로 승격하고, 강원관찰사에게 참배토록 했다. 그러나 관찰사 일행이 타고 온 사인교(四人轎)나 말로는 섶다리를 건널 수 없게 되자, 마을 주민이 양쪽에서 별도의 섶다리놓기 경쟁에 나선 것이 유래가 됐다고 한다.

쌍섶다리를 놓으며 불렀다는 ‘쌍섶다리민요’는 장릉 알현에 나선 참배 행차가 편안하게 건널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으로 시작,‘님의 다리 두다리요, 내 다리도 두다리니, 세상사람 하나같이 다리위를 좋아한다’‘다리발을 헛박아서 무자식을 한탄한다’ 등 질펀한 성적표현으로 마무리하는 전형적인 노동요이다.

올해 초 주천면 주천리 강가에 300년만에 처음으로 쌍섶다리놓기 행사가 재현됐으며, 장마에 대비, 금산동마을 입구에 옮겨 놓았다.

/영월=한창만기자 cmhan@hk.co.kr

◆ 가는 길

수도권에서 출발한다면 경부고속도로나 중부고속도로를 이용, 영동고속도로로 진입, 만종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로 갈아타고 제천IC에서 나온 뒤 38번국도를 따라 영월로 가면 된다. 중앙고속도로 신림IC에서 88번지방도를 따라 주천을 지나 영월로 가는 방법도 있다.

동서울터미널에서 매일 20차례 영월행 시외버스를 운행한다. 소요시간은 2시간 30분. 영월시외버스터미널(033)374-2451. 청량리역에서 무궁화호와 새마을호가 하루 8번 운행하며 2시간~2시간10분이면 도착한다. 영월역(033)373-7788.

◆ 먹을 것

무농약으로 직접 재배한 콩으로 간수를 부어 만든 두부, 콩을 삶아 짚을 씌운 뒤 따뜻한 아랫목에서 띄워내는 청국장이 유명하다. 여기에 주천강에서 잡은 민물새우를 곁들여내는 두부전골도 별미. 손두부전문점 콩깍지밥상(033-372-9434)의 콩깍지정식이 이름나있다. 7,000원에 20여 가지의 반찬을 함께 맛볼 수 있다.

영월지역에는 쌀이 떨어지고 나면 겨우내 메밀로 지어먹던 칼국수가 지겨워 꼴도 보기 싫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국수이름도 꼴두국수이다. 제천식당(372-7147)은 그 시절에 해먹던 국수를 재현, 웰빙음식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모래무지, 꺽지 등 강에서 잡은 민물고기를 살짝 말린 뒤 볶아 고추장양념에 버무려 다시 구워내는 도리뱅뱅이도 한번쯤 먹어봐야 할 별미. 퉁가리식당(372-0277)이 유명하다.

◆ 숙박시설

큰 규모의 호텔은 없지만 시설이 깨끗한 장급여관이나 민박형 펜션이 많은 편이다. 청렴포모텔(033-372-1004), 그린장(373-8361), 가든장(373-5794), 신라장(373-8771) 등 대다수 여관이 자체 주차장을 완비하고 있다. 무릉가족식민박펜션(372-6658), 숲속의 아침(374-0051), 드림힐펜션(375-1234), 올리브그린펜션(374-0567) 등은 자체 홈페이지를 보유하고 있다. 영월군청 문화관광과 370-2542.

■26·27일 금산동마을 감자꽃축제… 무료 증정·요리시식 '푸짐'

감자꽃은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전령이다. 감자꽃이 활짝 필 무렵인 26, 27일 이틀간 영월군 주천면 주천강변 금산동마을에서는 감자꽃축제가 열린다. 마을입구에 마련된 2,500여평의 감자밭에서는 행사 첫날 오전 9시부터 15톤(4㎏들이 박스포장 300개)분량의 감자를 선착순으로 무료증정한다.

행사장에서 가장 무게가 많이 나가는 감자를 캔 사람 10명을 선발, 다양한 경품을 제공하며 감자요리시연 및 무료시식행사도 준비하고 있다. 주천강변 야영장에서는 캠프파이어 및 감자구이 체험행사가 열리며, 영월의 토속음식인 메밀, 도리뱅뱅이, 두부요리 등의 무료시식회도 마련돼있다.

27일에는 주천강에서는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감자조각작품만들기대회가, 축제참가자들을 위한 다슬기잡이 체험행사도 열린다.

행사기간에는 주천강에서 옮겨온 쌍섶다리 건너기 체험 및 사진찍기 행사도 개최된다. 영월감자꽃축제 조직위 (033)372-0121. www.supda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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