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종합주가지수가 확 빠져서 단번에 600대로 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11일 겨우 하루 만에 지수 30포인트가 빠지는 것을 보고 난 한 투신권 관계자는 이렇게 푸념했다. 어차피 600선까지 빠지는 추세라면 단번에 빠져서 빠르고 강한 반등을 이끌어 내는 게 몇 개월에 걸쳐 천천히 하락하는 것보다 낫다는 뜻에서 한 말이다.
고유가 이슈가 잠시 주춤하자마자 미국과 중국 조기 금리인상설과 정보기술(IT) 경기 하락 우려가 제기되면서 한국 증시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달 초만 해도 50만원대에 재진입했던 삼성전자의 주가가 15일 43만8,500원에 마감하면서 2주 만에 40만원대 초반까지 폭락하자 앞으로 삼성전자 주가와 종합주가지수가 각각 40만원과 700선 밑으로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30만원대 삼성전자' 비관론 솔솔
골드만삭스는 전일 '30만원대' 삼성전자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골드만삭스는 "삼성전자가 좋은 회사이긴 하지만 당분간 충분한 긍정적인 모멘텀이 없다"며 "기술주와 삼성전자에 대한 심리가 추가로 약화되면 증시는 추가 하락을 볼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삼성전자의 내년 영업이익은 올해 대비 50%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주가 '36만원'을 의미한다고 골드만삭스는 지적했다. 실제로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42만8,500원을 기록, 지난해 10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삼성증권 유승민 연구원도 15일 기술적으로 분석할 때 "삼성전자의 주가가 장기 추세 가격대인 45만원을 이탈했다"며 "단기적으로 40만원선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예상했다. 가까스로 40만원에서 지지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유 연구원은 더 나아가 "삼성전자가 40만원까지 하락했을 경우 이를 반영한 종합주가지수 목표치는 693포인트로 전 저점인 720선이 깨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종합주가지수 중기 600 전망 다수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이달 중 종합주가지수 700선이 깨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 증권사는 아직 없다. 대체로 700선 초반인 710∼720을 박스권 하단으로 보고 있는 상태. LG투자증권의 강현철 연구원은 "이달 안에 700선이 붕괴된다는 시나리오는 비관론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낙관론"이라고 말했다. 앞서 예로 든 투신권 관계자처럼 '빠른 반등'을 기대하는 이들의 '희망사항'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강 연구원은 "FOMC 회의와 2분기 어닝 시즌을 앞둔 이달 말까지는 700포인트 위에서 박스권 등락이 이어지다 2∼3주간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추세 전환은 확인됐다"면서 빠르면 9, 10월께 700선을 하향 이탈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예전처럼 '500선 바닥'을 예상하는 전문가는 아직 없다. SK증권의 현정환 연구원은 "장기 추세상 종합주가지수의 저점이 올라오고 있다"며 "만약 지수 600대에 진입한다면 중장기 매수 시점으로 삼아도 좋다"고 말했다.
기술적 분석가들만 이렇게 전망하는 것은 아니다. 하반기 국내 증시의 추세 상승 전환을 이끌 만한 호재는 거의 보이지 않는 것이 증권가의 공통된 지적이다. 최근 미래에셋증권도 올해 3분기에 종합주가지수가 680까지 내려갈 것이라 전망했다. 한 증권사의 시황담당 연구원의 말처럼 "누구나 비관론을 얘기하는 게 유일한 호재"인 상황이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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