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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띄우는 편지

입력
2004.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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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 동강에서 해봐야 할 대표적인 체험프로그램은 래프팅입니다. 동강의 물줄기를 따라 곳곳에 숨어있는 비경을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어서죠. 헬멧과 보트를 젓는 노(패들)를 지급받고 래프팅에 나섰습니다.오십줄에 들어선 중년부부와 한 팀이 됐습니다. 나이가 지긋한 분들과의 여행은 사실 그다지 내키지 않았습니다. 노를 저어야 할 때 힘을 조금이라도 더 써야 하고, 자칫 배가 뒤집혔을 때 사고를 당할 가능성도 높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은 채 천천히 패들을 저으며 나갔습니다. 한때 댐개발을 강행하려는 정부와 환경단체와의 마찰로 연일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던 곳입니다. 직접 보니 그럴만한 이유가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동강의 아름다움이 하나둘씩 눈앞에 나타나자 패들젓는 일을 까먹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이보다 뒤에 앉은 중년부부의 행동이 더 눈에 띄었습니다. 서로에게 물을 뿌리며 장난을 치기도 하고, 심지어 과감하게 물에 뛰어들기까지 하면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더군요.

젊은 사람 못지 않은 체력을 과시하며 열심히 패들을 젓는 모습이 너무도 부러웠습니다. 오랜 기간 같이 살아온 터라 손발이 척척 맞아 보트도 생각보다 잘 나갑니다. 급류가 나타나도 침착하게 가이드의 지시에 따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간이매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할 때 두 부부의 모습은 거의 간지럽기까지 했습니다. 조심스럽게 관계를 물어보니 결혼 25년을 기념해 이 곳에 래프팅을 하러 왔다는군요. 어떻게 그런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느냐는 비결을 묻자 간단한 대답이 돌아옵니다. 둘이서 이런 여행을 자주 다닌다구요. 여행을 다니면 서로의 생각을 잘 알 수 있게 되고, 상대방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말도 잊지 않더군요.

요즘 세상이 온통 가정불화이야기로 들썩댑니다. 교통사고에 이어 세계수준의 이혼율을 자랑하는 국가가 돼버렸습니다. 하지만 이 와중에 부부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이들 부부를 통해 엿볼 수 있었습니다. 요즘 부부사이가 좀 그렇다구요? 그럼 당장 짐을 싸서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요?

아름다운 동강에서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과의 인연, 결코 잊을 수 없는 추억입니다.

/한창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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